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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서 총맞은 은행원… 마음은 '엑소더스', 현실은 '스테이'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양성희 기자, 박광범 기자 2021.04.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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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서 총맞은 은행원… 마음은 '엑소더스', 현실은 '스테이'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은행 현지 직원이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지면서 금융권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들은 직원들의 신변을 걱정하면서도 현지 철수는 사업 연속성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며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신한은행 미얀마 양곤지점 여직원이 출퇴근 전용 차량을 이용해 귀가하던 중 총격을 받았다. 이 직원은 머리에 총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

미얀마는 현재 시위대를 향해 군과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 진압이 자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출퇴근 차량에 은행명을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 언제 어느 곳에서 총격을 받을 지 모르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쿠데타 발발 후 위기상황 메뉴얼에 따라 최소 운용 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 중이다. 업무도 미얀마 진출 기업 지원업무만 취급했다.

양곤지점에는 한국인 주재원과 현지인 직원 각각 3명, 33명 등 모두 36명이 근무 중이다. 신한은행은 위기상황 3단계로 격상하고 양곤지점을 임시폐쇄하는 한편 주재원들의 단계적인 철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자금 및 송금관련 필수 인원 15명정도가 근무 중이었는데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며 "양곤 지점 거래 고객을 위한 필수 업무는 한국 본행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달리 타 은행들은 직원 철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미얀마 정국이 안정됐을 때 '찍힐' 수 있다고 봐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1개 은행이 미얀마에 진출해 모두 188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국민·기업은행이 현지법인 2개를 거느린 것을 비롯해 산업·신한은행이 지점을, 국민·농협·우리·하나·수출입·부산은행 등이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외 다수 은행들이 마이크로파이낸스 형태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DB손해보험, 하나캐피탈, 우리카드, JB우리캐피탈 등 2금융권 역시 양곤을 중심으로 활발한 영업을 전개 중이다. 대부분 금융사들은 점포마다 한국 직원 3~4명을 두고 현지인 중심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나라들이 그렇듯이 미얀마에서도 금융업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허가를 받더라도 거래가 한국 기업 중심일 수밖에 없고 소매의 경우 시장 진입이 어려워 한국인 직원을 대거 파견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KB미얀마은행의 경우 파견직 한국인 4명을 포함해 모두 38명이 근무 중이다. 국민은행은 신한은행 총격 사건을 계기로 모든 직원들에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우리은행은 MFI(우리파이낸스미얀마) 법인 소속 41개 점포, 한국인 4명을 비롯해 506명 직원이 근무 중이다. 최소 인원만 단축 근무 중이다. 기타 은행들과 보험, 카드사 대부분 현장 직원 대부분 재택을 유지하며 업무상 불가피한 소수의 직원들만 현장을 지키고 있다.

금융사들은 직원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철수나 지점 폐쇄에는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허가를 얻거나 유지해야 하는 금융업 특성상 점포 폐쇄나 직원 철수는 사업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세 불안이 잦은 동남아의 경우 현지화만큼이나 사업 철수 같은 의사결정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훗날 정세가 안정됐을 때 미운털이 박히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지 당국이 어려울 때 떠난다며 추후에 재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압박할 것에 대비해 (금융)회사가 요청하면 '한국 당국의 명령에 의해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필요 시 군 수송기 등을 투입해 교민을 철수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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