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조업 중단, 전세계 반도체 대란 원흉은 트럼프

뉴스1 제공 2021.04.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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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퇴임 39일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퇴임 39일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전세계 반도체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 울산1공장의 휴업을 결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도 선방하던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도 충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차량용 반도체를 미리 비축해 두어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 현대차도 결국 조업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재 전세계 반도체 대란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Δ 수요 예측 잘못, Δ 미국의 혹한, Δ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반도체 제재 등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대중 반도체 제재는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어 놓아 미국 업체도 타격을 받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일단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동차업계에서 반도체 주문을 줄이면서 차량용 반도체업체의 생산량이 줄어든 게 주요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지난해 10~12월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신차 주문이 쏟아지면서 반도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수요예측 실패가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 시동을 건 셈이다.

둘째, 최근 한파와 폭설 등 예상치 못한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미국 현지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생산라인 가동중단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가동을 멈춘 NXP와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세계 1, 2위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단행한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SMIC(중신궈지)에 대한 제재다.

SMIC 로고 © 로이터=뉴스1SMIC 로고 © 로이터=뉴스1
SMIC는 아직 기술 수준은 떨어지지만 중국의 국가산업반도체 펀드가 전체 투자금의 10% 이상을 몰아줄 정도로 중국 반도체 자급정책의 기린아로 떠오른 기업이다. 그동안 차량용과 가전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업체에게 중국에 반도체 수입은 물론 수출도 금지했고, 반도체 기술 이전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같은 조치로 SMIC에 주문을 넣지 못하게 된 완성차업체들이 급히 새로운 거래선을 찾아 물량을 주문하면서 최근의 공급부족 사태를 타개할 추가 생산라인을 찾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당초 미국의 SMIC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지 않으면 조만간 중국이 반도체 수급을 좌우하면서 미국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대만(22%)과 한국(21%)에 이어 3위(15%)로 이미 미국(12%)을 추월했다. 오는 2030년 생산량이 24%까지 늘어나 한국과 대만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반도체 수출은 물론 기술 이전도 금지시킨 조치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체인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미국업체에게도 불리한 상황을 초래했다.

그런데 더욱 재밌는 대목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중국 견제로 심화된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에서 중국 SMIC가 최대 수혜업체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한동안 제재 압박에 시달렸던 SMIC의 숨통이 차량용 반도체 대란을 계기로 트일 수 있다"며 "반도체 품귀 사태의 최대 수혜주는 삼성전자나 TSMC가 아니라 SMIC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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