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프라 플랜에 희비갈린 성장·가치주…"본격 전환은 2분기"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4.0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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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조달러(약 2260억원) 규모 인프라 플랜 공개에 수혜주와 기술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가치주-성장주 로테이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려면 2분기까지는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5.41포인트(0.26%) 내린 3만2981.55로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14.34포인트(0.36%) 오른 3972.89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이날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01.48포인트(1.54%) 오른 1만3246.87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장중 1.748%까지 올랐다.



이날 시장의 관심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미국인 일자리 플랜'이었다. 그간 예고해오던 2조달러 규모 인프라 부양책이다.

이번 부양책은 노후화된 도로, 교량, 철도 및 공공시설을 보강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고속도로, 대중교통, 전기차 충전시스템, 수도관, 전기 시설, 보훈병원의 업그레이드 등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가 담겼다.

그러나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처럼 인프라 계획 수혜주로 꼽혔던 에너지, 소재, 금융, 산업 등 경기순환 섹터들은 차익 실현 매물에 약세를 보였다. 오히려 테슬라(5.08%), 엔비디아(3.70%) 등 기술주가 반등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도 1%대 강세였다.


증권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가치주-성장주 전환은 2분기 중에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주식시장은 실물 경기 기대를 반영하는 장기금리(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IT(정보기술) 버블 때와 비교해봐도 장단기 금리차와 성장주 대비 가치주 상대 주가가 거의 일치했다.

그러나 성장주 단기 급등 이후 꺼졌던 IT버블과 달리, 이번에는 가치주가 단기간 상승장을 겪은 뒤 성장주로 주도주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년 전에는 성장주의 펀더멘탈이 부실했지만 지금은 가치주의 펀더멘탈이 부실하기 때문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통 기업들이 백신이 보급돼도 이전만큼 돈을 못 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투자자들은 다시 성장주로 관심을 틀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8~2002년 IT버블 당시 로테이션(성장주→가치주) 변곡점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고점이었다면, 이번 전환(가치주→성장주)의 변곡점은 가치주의 펀더멘탈 바닥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이클의 동력은 팬데믹의 타격을 입은 실물경기 정상화인데, 정상화 이후에도 가치주 실적 등이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의 펀더멘탈을 판별할 기준은 배당이다. 박 연구원은 "MSCI 헬스케어, 정보기술 등의 섹터는 올해 62%, 54%의 기업이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에너지, 부동산 섹터는 각각 17%, 25%만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배당을 지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분기 중 가치주의 펀더멘털 피크를 예상하고, 여름을 지나면서 성장주 우위의 장세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3개월은 충분히 긴 만큼 2분기에는 가치주 중심의 시장 대응을 주문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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