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전면에 선 신동원 부회장...계열분리 가능성도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03.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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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농심 부회장신동원 농심 부회장


신춘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이끄는 농심 (401,500원 ▲10,500 +2.69%)의 변화가 주목된다. 유연하면서 합리적인 경영스타일의 신 부회장이 원칙과 직관적 판단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창업주의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기에 준대기업 집단을 피하기 위해 계열분리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31일 농심은 신 회장 추모 분위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정상업무에 복귀했다. 2000년부터 부회장으로 승진한 신 부회장이 경영을 주도해왔지만 주요 사안은 창업주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됐던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2세경영은 지금부터라는 평가다.



기생충 효과 넘어 실력 입증해야...글로벌 경쟁력 시험대
신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의 시스템을 강조해온 만큼 그동안 만들어진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생산업무, 인프라구축, 글로벌 통합시스템 등이 주요 대상이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주요 과제다. 신 회장은 생전에 임직원에게 체계적인 전략을 갖고 세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해왔다. 신 부회장은 창업주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어 글로벌 사업 확장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첨병은 역시 '신(辛) 브랜드'다. 신라면, 신라면 컵라면, 신라면 블랙 등이 신 브랜드의 주축이다.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서 팔리는 제품이다. 농심은 판매국가를 늘리는 것은 더이상 무의미하다고 보고 진출한 국가의 유통망 확대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생충 효과' 이후에도 판매실적을 유지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해외 영화관람객에 화제가 되면서 지난해 농심의 미국 매출은 2500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26.5% 증가했다.

농심 라면을 즐기는 미국인들농심 라면을 즐기는 미국인들
일감몰아주기 해소 숙제...계열분리 가속화 전망도
오는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농심을 포함시킬지도 관심사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대규모 내부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비상장 회사라도 하더라도 중요사항의 공시의무도 생긴다. 이른바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다. 2016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기준이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되면서 기존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준 대기업이 이런 규제를 받는다. 현재 식음료업계에선 동원, 하이트진로, 삼양 등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돼있다.


농심그룹은 농심, 농심홀딩스, 율촌화학 등 상장사 3곳과 태경농산 등 비상장사 17곳을 보유하고 있는데 상장사 3곳의 자산규모만 4조7000억원대다. 포장을 주력으로 하는 율촌화학과 스프를 제조하는 태경농산 등 농심과 연관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엔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곳이 많다. 태경농산의 경우 지난해 매출 3500억원 중 2000억원이 내부거래였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하나 연매출의 12% 밑으로 떨어트려야 한다. 아니면 오너일가 등의 지분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하로 낮춰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배경으로 신동원 부회장 주도로 계열분리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율촌화학 (33,650원 ▼250 -0.74%)이다. 현재 율촌화학의 최대주주는 농심홀딩스 (65,800원 0.00%)로 32%를 보유 중이다.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14%에 그친다. 신 회장 지분 13.5%가 차남에 상속된다 하더라도 농심홀딩스 지분을 넘어설 수 없다. 농심홀딩스 최대주주는 43%를 보유한 신 회장이다.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 과정에서 3세 지분 확대 가능성도 있다.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 신상렬씨가 2년 전부터 농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3대에 걸친 상속과 증여, 지분교환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상렬씨의 현재 농심홀딩스 지분은 1.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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