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제일銀, 시련의 계절…순익 줄고, 배당 잔치도 끝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3.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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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한국씨티은행 본점(왼쪽부터)/사진제공=각 은행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한국씨티은행 본점(왼쪽부터)/사진제공=각 은행


외국계 은행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실적이 뒷걸음질치는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더해져서다. 배당 자제 권고에 고배당 잔치도 옛말이 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대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여파 등에 역성장했다. 순이익 감소율은 두 은행 모두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2571억원의 순이익을, 한국씨티은행은 1878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올렸다. 전년과 비교해서 각각 18.2%, 32.8% 감소한 규모다.



성장세가 멈춘 건 은행권 공통 이슈지만 대형 은행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줄었지만 감소율은 평균적으로 8.04%를 기록했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의 부진을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이 메우면서 오히려 호실적을 올렸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 축소는 모두가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 영향을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넉넉히 쌓은 것도 은행권 공통사항이다. 그런데 순이익 감소폭에서 큰 차이를 보인 건 규모와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대출 자산이 크게 늘어 이자이익을 방어하거나 감소폭을 줄일 순 있었지만 규모가 작으면 이마저도 한계를 보였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8.7% 줄었고 SC제일은행은 0.6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는 비이자이익에서 나타났다. 비은행 계열사가 있다면 보험, 증권사 등과 연계해 상품군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 외국계은행의 강점이 비이자이익과 맞닿은 자산관리(WM) 부문에 있지만 한국씨티은행의 비이자수익 감소율은 7.2%를 기록했다. 다만 SC제일은행은 4분기 약진이 두드러져 7.45%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빅테크의 공습 등도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외국계 은행은 경쟁보다는 협업을 이어가면서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비바리퍼블리카가 준비 중인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지원 압박 등도 더해져 외국계은행의 한숨이 깊어진다. 배당성향을 20% 이내에서 정하도록 권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SC제일은행은 배당성향을 19.7%로, 한국씨티은행은 20%로 각각 정했다. 전년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규모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전년엔 중간배당 등 이슈에 따라 208%의 고배당을 했고, 예년엔 40~50%대 배당을 해왔다.

실적이 줄어 배당성향이 줄어든 면도 있지만 당국의 규제를 맞출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었다. 이런 경우 외국계은행으로선 글로벌 모기업을 설득해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번 배당은 회계결산 결과에 따른 일상적인 경영 관점에서 결정했는데 국제 기준, 한국의 가이드라인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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