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포스터
디즈니+도 하반기 국내 서비스…"韓가입자 아닌 K-콘텐츠 타깃"업계에선 올해가 국내외 방송 플랫폼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가 올해에만 K-콘텐츠 확보에 5500억 원을 쏟아붓기로 했고, 월트디즈니의 OTT인 디즈니+가 연내 한국 시장에 진출해 K-콘텐츠 확보에 나선다. 콘텐츠 왕국 월트디즈니가 2019년 출시한 디즈니+는 1년4개월 만에 전세계 가입자수 1억 명을 넘길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20세기스튜디오, 픽사, 마블스튜디오,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ABC 등 다수의 콘텐츠 브랜드가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장 큰 강점이다.
해외 OTT들의 잇단 진입은 국내 가입자 유치에 앞서 K-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자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K-콘텐츠'를 활용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및 아태지역 콘텐츠 총괄은 지난달 콘텐츠 로드쇼에서 "한국 콘텐츠(K-콘텐츠)를 통해 팬들이 유입되면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 가입자 유치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업계에선 K-콘텐츠 제작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국내 OTT 시장의 '넷플릭스 1강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 ENM은 영화와 드라마·예능 등에서 탁월한 제작 역량을 발휘하는 절대 강자다. 티빙은 최대주주인 CJ ENM의 전사적 지원과 2대주주인 JTBC의 강력한 콘텐츠 파워에 CJ와 지분 맞교환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네이버의 원천 IP(지식재산권)까지 연계 마케팅으로 공고한 '삼각 동맹'을 구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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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의 가장 큰 강점은 tvN, Mnet, OCN, JTBC 등의 채널을 기반으로 한 참신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다. 올해 2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등 국내 OTT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지난 1월 말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정종연PD의 예능 '여고추리반'의 흥행에 이어 '도깨비'와 '미스터션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를 지난 26일 오리지널로 공개했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영화 '서복'도 다음달 15일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한다. 올 여름 공개를 앞두고 촬영에 돌입한 배우 송지효 주연의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도 기대작이다.
강다니엘, 선미, 아이콘 등 최정상 K팝 가수 26개팀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KCON:TACT3(케이콘택트3)'도 국내 독점 중계로 지난 20일부터 9일간 서비스했다. JTBC, 네이버 등 혈맹기업과의 협업 콘텐츠 기획도 조만간 선보인다. 티빙은 2023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4000억 원을 투자해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토종 OTT 대표 플랫폼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해외 OTT들과 진검 승부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토종 OTT 앞다퉈 콘텐츠 투자 경쟁…"규제 최소화 정책지원 절실"여기에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토종 OTT 웨이브(Wavve)도 2025년까지 5년간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한다. 웨이브는 콘텐츠 기획·개발 전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외부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기로 했다.
1300만 명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보유한 KT도 최근 콘텐츠 전문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데 이어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K-드라마 등 오리지널 대작 콘텐츠 100개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쿠팡 역시 OTT 플랫폼인 카카오TV와 쿠팡플레이에 각각 3000억원(3년간), 1000억원(1년)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할 계획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없이는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에 안방을 내주고 '콘텐츠 제작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선 토종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뒷받침하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국내 미디어 시장이 해외 공룡 기업의 놀이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규제완화와 콘텐츠 지원 방안 등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력과 물량공세를 앞세운 글로벌 OTT와 토종OTT 간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 게임이나 다름없다"며 "정부 관계 부처들이 각자의 역량에 맞게 국내 OTT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데 포커스를 맞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