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강원랜드 갈 길 급한데…신임 사장 '코드인사' 논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3.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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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이래 첫 적자운영 속 이삼걸 신임 사장 취임…실적 회복 뿐 아니라 풀어야할 숙제 적지 않아

강원랜드 카지노. /사진=강원랜드강원랜드 카지노. /사진=강원랜드


'흑자 보증수표'에서 관광산업 '아픈 손가락'으로 처지가 바뀐 강원랜드가 불황에서 헤매고 있다. 관광생태계를 유지하는 돈줄 역할을 하는 만큼, 반등이 시급하다. 때마침 새 사령탑을 맞이하면서 실적과 지역경제 회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고질적인 코드인사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고 지역갈등 암초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전날 열린 '제 2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문태곤 사장의 후임으로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면 3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경영난 속 코드인사 논란까지
강원랜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 /사진=뉴스1강원랜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 /사진=뉴스1
이삼걸 신임 사장은 취임 시작부터 책임이 막중할 전망이다. 강원랜드가 코로나19(COVID-19)에 휩쓸리며 창립 이래 첫 적자운영을 하게 된 위기상황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매출액이 4786억원으로 전년 대비 68.5% 줄었고, 영업손실만 무려 4316억원을 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휴업을 반복하며 한 해 농사를 날렸다. 올해 초엔 직원 1900여명이 무급휴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역량에 대한 입증보다 당장 강원랜드를 책임지게 된 정당성부터 확보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강원랜드 설립취지나 사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불거지면서다. 이 사장이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여권 인사란 점에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뒤 사장으로 온 전임 문태곤 사장과 비슷한 성격의 인사란 것이다.

역대 강원랜드 사장들이 한결같이 낙하산 논란을 피하지 못했지만 이 사장에 대한 눈초리는 더욱 날카롭다. 강원도 폐광지역 활성화가 설립 근거인 만큼 지역 출신 인사들이 사장을 맡았지만, 이 사장은 문태곤 사장처럼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강원랜드 특성을 고려하면 '알박기' 인사 논란이 치부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여기저기 암초, 정무감각 기대감도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와 호텔 전경. /사진=강원랜드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와 호텔 전경. /사진=강원랜드
강원랜드가 복합리조트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하는 시기란 점에서도 이 사장의 역할론이 커진다. 현재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법적근거인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시효 만료를 앞두고 이달 초 정부가 20년 연장을 결정하면서다. 2045년까지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게 돼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시한부'란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25년 뒤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구상하고 사업 확장에 나서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와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강원도가 폐광기금 산정방식이 잘못됐다며 과소징수분 2250억원을 납부하란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강원랜드가 승소하며 태백시 등 지역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강원랜드는 최대한 법적 판단에 따르겠단 입장이지만 경영난 속 부담스러운 비용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지키면서 지역과의 갈등도 원만히 다뤄야 할 이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 사장이 오랜 공직생활을 경험한 여권 인사란 점에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는 사행산업을 다루는 공기업으로 설립취지나 사업 특성이 카지노나 리조트에 대한 전문성보단 각종 규제 해결 등에서 성과가 드러나는 편"이라며 "주요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정무감각이 중요한 만큼 위기 속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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