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열린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총에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조현식 부회장이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인물이다. 반면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후보로 냈다.
앞서 조현범 사장측 감사위원이 선임된 한국타이어 주총과 달리 이번 지주사 표대결의 경우 결과를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에 따라 형제간 지분차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역시 3%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은 이미 조현식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만큼 이번 결과는 차녀 조희원씨와 소액주주(22.61%)들의 선택이 향방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조희원씨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10.82%를 보유해 역시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개되진 않았지만 조 씨 역시 조현식 부회장쪽에 표를 던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조현식 부회장이 대표이사직 사임을 예고했지만 부회장 및 이사회 의장, 등기임원 등 다른 직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 보유 주식에 대해서도 앞서 진행항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지분 분쟁은 이미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6월 아버지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형태로 지분 전량(23.59%)을 넘겨 받아 42.9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19.32%를 보유한 조현식 부회장을 비롯해 나머지 자녀들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이를 넘기지 못한다. 지난해 조희경 이사장이 신청한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현 지분 상태에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번 감사위원 선임으로 조현범 사장의 경영 행보는 더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향후 투자결정이나 사업방향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현식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경우 조현범 사장 의지대로 회사를 경영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앤컴퍼니는 이날 주총에서 다른 사·내외이사 선임 등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지난 2월 이사회 승인을 받은 배터리 전문업체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 안건도 통과했다. 합병 기일은 내달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