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고 나서야…장기 1주택자까진 '대출 완화'하겠다는 여당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김하늬 기자 2021.03.3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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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치솟고 나서야…장기 1주택자까진 '대출 완화'하겠다는 여당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더불어민주당이 이주 수요가 있는 1주택자도 같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7년 이상 장기거주한 1주택자가 대상이다. 시행될 경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무주택자, 장기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현재보다 10~15%포인트(p) 늘어난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비공개 당정청협의를 열고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협의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부동산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검토 중인 대출 규제 완화 대상은 무주택자 뿐만 아니라 장기거주한 1주택자도 포함한다. 검토안은 장기(7년 이상) 실거주하면서 다주택 보유 기록이 없는 1주택자다. 이들이 이주를 위해 추가로 주택을 구매할 경우 LTV(담보인정비율)·DTI (총부채상환비율) 한도를 10%포인트(p) 상향해 주는게 골자다. 단 기존 주택은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7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생애주기에 맞게 주거정책을 펼치겠다는 취지다. 결혼 후 출산을 바로 한다고 가정했을 때 7년 후면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했다. 넓은 평수로 이주해야 할 수요가 생겼지만 대출규제에 막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민주당은 또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와 장기무주택자도 LTV·DTI 한도도 10~15%p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무주택 기간은 5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TV와 DTI 한도는 현재 시세 9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40%, 조정대상지구에서 50%다. 9억원 초과 15억원 미만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9억원까지는 40%, 초과분에 대해선 20%만 대출이 가능하다.

대신 무주택자가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8000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 9000만원 이하)인 경우 지금도 LTV·DTI를 10%p 가산해주고 있다.


민주당은 추가 대출한도를 적용받는 주택실거래가 기준을 6억원(조정대상지구는 5억원)을 상향 조정하고 소득기준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소득이 일정수준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대출규제를 적용받으면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지 않는 이상 주택구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내 집 마련 꿈 외면해 왔다"…여당 내 반성의 목소리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세금규제, 대출규제 등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점차 높아지는 규제 속에서 도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더 늦기 전에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들은 '영끌대출'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까지 가로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정부는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정부는 대신 임대주택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입주 대상을 확대하고, 면적을 넓혀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질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임대주택을 찾아 "굳이 자기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 주택이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좋은 '주거 사다리'를 만들라"고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소득수준이 높아 대출 이자를 부담할 능력은 있지만 자산은 없어 주택을 구매할 수 없는 계층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들은 소득요건이 안 돼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도 없는데 대출 규제로 주택 구매는 어려워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무주택자만이 아니라 1주택자도 마찬가지다. 출산, 양육, 교육 등을 이유로 이주 수요가 발생했지만 현행 대출 규제로는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규제중심의 대책의 방향성을 바꾼 것은 LH사태가 터지면서다. "부동산을 향한 분노의 본질은 우리의 정책이 서민의 욕망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LH와 같은 기득권의 욕망에 충실했다는 이중적 모습에 있다(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는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지닌 서민의 욕망을 그동안 외면해왔다는 자기 반성이다.

전날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의지를 밝힌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대출규제 조치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꺾고 서민·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형성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가계부채 확대·부동산 가격 상승 자극할 우려…신중해야"

정부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완전하게 안정국면에 들어선게 아니라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현재 집값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는 올라 자칫 무주택자들이 뒤늦게 상투잡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8%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주요국 중 압도적 1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부동산 안정 효과가 있지만,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상반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가계부채를 줄이면서 동시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고용' 규제완화 카드를 던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그동안 정부가 밝혀온 정책검토 방향과 다르지 않다"며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되 청년층·무주택자의 주거사다리 형성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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