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바뀌면 모른다? 서울시 '까치온' 논란 2라운드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4.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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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뀌면 모른다? 서울시 '까치온' 논란 2라운드


현재 서울시 산하 5개 구에서 시범사업 중인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 '까치온'을 둘러싼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통신사업을 허용하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통신업계는 반대입장을 분명히하는 가운데 정치권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까치온'의 존속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까치온이 뭐기에?
'까치온'은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시작한 공공 와이파이 사업이다. 2022년까지 서울 전역에 자가통신망을 깔고 공공 와이파이 까치온(1만1030대)과 공공 사물인터넷 망(1000대)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성동구, 도봉구, 은평구, 강서구, 구로구 등 5개 구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까치온 와이파이는 주요 거리, 공원, 광장, 강변, 전통시장, 버스 정류장 등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생활 권역에 주로 설치됐다. 실내형 와이파이의 경우 어르신 복지관이나 일자리 재활센터, 청소년 쉼터 등 공공시설에 실내형 와이파이를 구축해오고 있다. 가정집이나 민간 건물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금까지 총 1443개소에 AP(엑세스포인트) 7568대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된다.

앞서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11년 부터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해왔다. 다만 기존에는 통신 3사에 와이파이 장비·망구축과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2019년 고 박원순 전 시장이 행정용 자가망인 '스마트서울 네트워크(S-Net)'으로 직접 공공와이파이를 서비스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기존 자가망을 이용해 통신사에 내야 하는 수십억원 규모의 회선 이용료를 아끼면 보다 촘촘한 구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지자체가 직접 통신망을 깔고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 제65조)상 불법이다. 서울시가 까치온을 강행하고 과기정통부가 고발방침을 시사하는 등 대립하자 지난해 10월 청와대의 중재로 서울시 대신 산하 서울디지털재단에 관련 사업을 위탁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지자체도 통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의 사례를 보고 주요 광역단체들도 독자 공공와이파이 서비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는 통신사업 왜 못하나?
과거에는 중앙정부 부처인 체신부가 통신서비스를 제공했었다. 그러다 1982년 한국전기통신공사(KT)가 출범하면서 정부는 국가의 통신사업 직접 참여를 제한했다. 이후 2004년 통신산업을 민영화하면서 국가,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전면 금지했다. 민간 기업들의 경쟁을 통해 관련 투자를 촉진하고 통신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국민편익 증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7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외국 정부 또는 외국법인 △외국정부 또는 외국인이 최대주주이거나 발행주식 총수의 49%를 초과해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은 기간통신사업자의 등록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서울시 까치온을 계기로 법개정 논의가 촉발된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홍정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으로 '국가, 지자체, 외국법인 등은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7조에서 지자체를 제외해 통신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무선 인터넷 접속이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지자체도 적극적인 통신복지 정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가 통신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실제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통신사 "이미 매칭펀드 통해 공공 와이파이 하고 있는데"
(서울=뉴스1)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버스환승센터에서 열린 '버스 와이파이 전국 구축 성과보고회' 에 참석해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를 체험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정식 국회의원, 조승래 국회의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12.14/뉴스1  (서울=뉴스1)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버스환승센터에서 열린 '버스 와이파이 전국 구축 성과보고회' 에 참석해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를 체험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정식 국회의원, 조승래 국회의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12.14/뉴스1
통신업계,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복 투자 문제를 제기한다. 지자체가 수백억원을 들여 투자할 만큼 공공와이파이가 시민들의 편익에 미칠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통부는 이미 전국 16개 지자체와 공공 와이파이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매칭 펀드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25%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를 통신사가 부담 후 운영을 맡는 형태다. 회선이용료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이미 디지털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만 단위 대규모 국수를 배정하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또 지자체 별도로 공공 와이파이를 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업계로선 지자체의 와이파이 사업확대가 기존 가입자 데이터수입증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달갑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지자체의 직접 통신사업에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설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자체가 이를 시행할 경우 비효율적이고 혈세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도 통신사와 협력 모델로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으로 허용해준다면 (우리가) 막을 상황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 관할 구역 내에서 비영리로 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는 방안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일원화해 관리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공공와이파이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은 지자체의 공공와이파이 제공과 이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되, 이를 심의 조정하고 평가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소속의 공공와이파이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재 과방위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다.

시장선거서 여야바뀌면? 또 몰라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선거벽보를 첩부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선거벽보를 첩부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오는 7일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까치온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방대한 예산이 드는 공공 와이파이 사업은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까치온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주도로 이뤄졌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임 시장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사업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까치온과 에스넷이 전임 박 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만큼 후임시장이 누가되더라도 전처럼 시행되기는 어렵지 싶다"고 말했다. 실제 까치온 구축에만 490억원, 매년 유지 보수에 20억원 가량이 들어갈뿐 아니라, 서울시의 에스넷 사업까지 확대하면 약 1000억원가량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이는 시민들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망은 꾸준히 관리되어야 하는데 지자체의 재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성격에 따라 투입되는 예산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지자체가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염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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