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만 약효는?…약물재창출 코로나 치료제 '공회전'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3.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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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지노믹스, 일양약품 등 임상 중단…종근당·대웅제약은 임상 3상 돌입

안전하지만 약효는?…약물재창출 코로나 치료제 '공회전'


기존 의약품이나 물질특허가 만료된 약물에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들이 효력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의 경우 당국의 시판허가를 얻어 독성 등 안전성 자료를 확보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임상 시험을 거쳐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탓이다.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중이던 만성 췌장염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지만 9개월 넘게 시험대상자를 모집하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100명 규모 임상 2상 승인을 받았지만 환자 모집을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임상 관련 일정이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약물 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외에도 자체 개발한 췌장암 치료 신약 물질로 중증 환자 대상 FDA(식품의약국) 임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달 초 임상 2상 사전 임상시험계획(Pre-IND) 미팅을 FDA에 신청했다. 국내 임상이 지연되자 '투트랙' 전략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카모스타트는 크리스탈지노믹스 외에도 대웅제약 (107,500원 ▼1,700 -1.56%)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 중인 췌장암 치료 약물이다. 대웅제약은 경구제인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레이트)의 임상 2b·3상을 국내외에서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로 임상 2b·3상 결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웅제약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증·중등증 환자 대상 2상 시험의 중간평가에서 "주평가변수인 바이러스 음전까지 걸린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속도는 호이스타군이 위약군보다 더 빠른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속도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레이트)의 코로나19 예방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고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1012명 대상 임상 3상에 돌입했다. 회사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협업해 멕시코 현지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99,200원 ▼2,400 -2.36%)의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은 임상 2상 시험 결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전문가 자문단의 허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식약처 전문가 자문단은 지난 17일 회의를 거쳐 종근당의 '나파벨탄'이 품목허가를 받으려면 3상 임상연구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상 2상 자료로는 "시험군과 대조군이 차이를 나타내지 않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종근당은 임상 3상 진행 뒤 다시 품목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일양약품은 임상 3상 중단…임상 신청도 안한 업체도 '수두룩'
이외에도 일양약품 (13,850원 0.00%)은 임상 3상 단계에서 임상 중단을 발표했으며 한국유나이티드제약 (22,500원 ▼250 -1.10%)은 당국의 보완사항 요청으로 임상 2상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임상 3상이 실패했다고 이달 4일 밝혔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러시아에서 진행한 '슈펙트'의 임상 3상 실험 결과, 약물 투여군이 대조군(표준 치료군)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해 9월 식약처에 임상 2상 IND를 제출했으나 식약처에서 동물효력시험 보완을 요청하면서 올해 5월 이후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중인 'UI030'은 지난 7년간 천식치료제로 개발하던 개량신약 후보물질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힌 기업은 약물 재창출 17개사, 신약 29개사(중복) 등 46개사에 이르지만 실제 품목허가를 신청하거나 임상 3상 단계까지 나아간 기업은 두세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던 기업 다수가 주가 부양용 치료제 개발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해외 임상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실제 임상에 착수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어 '깜깜이 임상'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굉장히 큰 호재"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이 국내 식약처에서 임상 승인을 받아 임상을 진행하는 단계이며 기존 약품이나 물질특허가 만료된 약물을 신약재창출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좀 더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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