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朴 승패 아닌 득표율 차이 싸움?...네거티브 기승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1.03.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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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투표율 낮을수록 野 불리…정치불신 자극해 중도층 투표 포기·'샤이진보' 자극 의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29일 밤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29일 밤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이 '진흙탕 싸움'으로 판세를 몰아가는 것은 중도층의 투표율을 낮춰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실효성 측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재보선 D-8…키워드는 '네거티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열린 증권가 순회 인사 및 합동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열린 증권가 순회 인사 및 합동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30일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 후보의 캠프엔 비방전과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방 멈추고, 정책 대결 나서라'는 글을 통해 "민주당의 초반 선거전이 혼탁한 흑색선전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후보가 확정된 후 첫 맞대결인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도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처가 상속받은 내곡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오 후보는 처가 초등학생 때 상속받은 땅으로, 보상을 받으려 땅을 산 게 아니며, 자신이 시장으로서 특혜를 받은 점이 없단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지만 박 후보는"거짓말" "말바꾸기"라며 오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에 공을 들였다.

오 후보는 이날 영등포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정책 위주로 토론을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박 후보가 제기한 '단독주택용지 특별분양' 의혹에 대해 "추가 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내곡동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중랑구 유세에서 "4월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자"며 오 후보를 '쓰레기'라 칭해 선을 넘었단 지적이 나왔다.

대선 바라보는 與, '졌잘싸' 전략?…"득표율 격차 줄여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에선 민주당 박영선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의 배경을 다양하게 해석한다. 선거에서 이기진 못하더라도 정치혐오를 자극해 득표율 격차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는 평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선 지더라도 최대한 작은 차이로 져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서울에서 너무 큰 차이로 지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준비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초 불리한 것을 알면서도 당헌당규를 바꾸는 무리수를 쓰며 후보를 낸 이유"라고 분석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정치혐오와 불신을 부추겨 투표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박 후보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도층이 오 후보를 지지하지 않도록 막거나,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소위 '샤이 진보'의 분노를 자극해 투표장으로 이끄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질 때 지더라도 상처를 많이 주자는 의도가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선 벌써 재보궐 선거 이후를 내다보는 듯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옹호 발언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투표율 낮추면 野 불리…진중권 "막대기 세워도 당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공식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위)과 여의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공식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위)과 여의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은 보궐선거의 낮은 투표율과 관련이 깊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심이 정확하게 반영되는데, 통상 40% 초중반대 투표율을 기록하는 보선에서는 외부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서울 자치구 25개 중 24개를 장악한 민주당의 막강한 조직력을 총동원해 얻을 수 있는 박 후보의 표가 일정 규모 이상임을 전제할 때 국민의힘으로선 투표율을 높일수록 승산이 높다고 판단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박 후보를 약 15~17%포인트 차이로 앞서지만(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내부적으론 두자릿수 차이가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5~7%포인트 차이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서울 유권자 850만명 중 40% 투표율을 가정하면 340만명인데 민주당이 당원을 총동원하면 150만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남은 180~190표 중 군소후보 표를 감안하면 큰 차이가 나기 힘들다"고 했다.

다만 현재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이 주효한지는 의문이란 평이 많다. 여론조사 추이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민주당의 계속된 비방전은 역으로 중도층으로 하여금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기보다 여당 심판 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9일 페이스북에 "네거티브 백날 해봐라, 통하나"라며 "대중의 분노를 읽어야지, 지금 '사람' 보고 찍는 것 아니다. 막대기를 세워놔도 당선될 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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