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추락한 中기술주들…'빌 황' 마진콜 사태에 휘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03.30 14:00
글자크기
빌 황 아케고스 캐피탈 창업자/사진=풀러신학재단 홈페이지빌 황 아케고스 캐피탈 창업자/사진=풀러신학재단 홈페이지


뉴욕증시의 대규모 매도를 초래한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중국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금요일(26일) 뉴욕증시에서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 캐피탈(Archegos capital)이 보유한 종목들 약 190억 달러 규모의 블록딜이 쏟아져 관련 주식들이 폭락했는데, 여기엔 중국 기술주들이 여럿 있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급락의 촉매제는 비아콤CBS가 30억 달러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었다. 아케고스 캐피탈이 레버리지를 이용해 대량 매수한 비아콤CBS 주가가 유상증자 발표 후 하락하면서 마진콜(가격하락에 따른 추가 담보금 요구)을 유발했고, 중국 기술주까지 최근 하락폭이 커지면서 동시다발적인 마진콜이 발생했다.



특히 비아콤CBS는 지난해말 37.58달러에 불과하던 주가가 지난 3월 15일 101.6달러까지 상승했다가 29일 47.04달러로 급락하는 등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비아콤CBS 주가차트/사진=인베스팅닷컴 캡처비아콤CBS 주가차트/사진=인베스팅닷컴 캡처
결국 아케고스 캐피탈은 보유 주식의 연이은 하락으로 마진콜을 당했지만, 추가 증거금을 내지 못했고 자금을 대여해준 월가 투자은행은 해당 포지션의 강제 청산에 나섰다. 월가 투자은행의 청산규모는 약 300억 달러에 달한다.



대규모 블록딜이 쏟아진 지난 26일 바이컴CBS와 디스커버리는 27.3%와 27.5% 폭락했고 29일에도 각각 6.7%, 1.6% 내리며 하락세가 지속됐다.

중국 기술주의 하락폭도 컸다. 지난주 금요일 뉴욕증시에서 온라인교육업체인 GSX는 41.6%,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는 13.2%, VIP숍은 2.4% 하락했으며 29일에도 각각 18.5%, 5%, 8.7%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었다.

지난 29일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미국 자회사가 빌 황과의 거래로 인해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하며 뉴욕증시에서 14.1% 하락했고, 역시 아케고스 캐피탈과 연관된 크레딧스위스(CS) 주가도 13.8% 내렸다.


빌 황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 UCLA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카네기멜론대학에서 MBA를 마친 후 80~90년대 전설적인 헤지펀드인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헤지펀드의 전설인 줄리안 로버트슨과 함께 일했다. 2000년 줄리안 로버트슨은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청산하고 같은 회사 출신 펀드매니저에게 자금을 투자했는데 이들은 ‘새끼 호랑이들’(Tiger cubs)이라고 불린다. 빌 황도 2001년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설립하고 운용하기 시작했고 초기 자금은 줄리안 로버트슨이 투자한 약 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승승장구하던 빌 황이 난관에 부딪힌 건 2009년이다. 중국 현지매체인 21세기 경제보도에 따르면, 빌 황은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홍콩증시에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 H주를 거래했다는 이유로 홍콩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결국 타이거 아시아 펀드는 2012년 펀드를 청산하고 모든 투자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준 뒤 아케고스 캐피탈(Archegos capital)이라는 패밀리 오피스 형식으로 재출발했다. 미국 언론에 월가 투자은행들은 한동안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놨지만 거액을 다루는 그와의 거래를 재개했다.

아케고스 캐피탈은 주로 기술주, 미디어, 통신업체에 투자했다. 아케고스 캐피탈의 홈페이지는 폐쇄됐지만, 아케고스 캐피탈 링크드인 계정에는 뉴욕에 위치해 있으며 주로 미국, 중국, 일본, 한국주식에 투자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2억 달러의 투자금으로 출발한 아케고스 캐피탈은 8년이 지나는 동안 자산규모를 150억 달러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빌 황은 대규모 레버리지를 사용하며 수익률을 높여 왔다.

올해도 빌 황은 50억 달러의 순자산으로 최소 5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까지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는데, 레버리지를 청산하지 않고 있다가 유상증자 발표로 인한 비아콤CBS의 급락과 중국 기술주 조정으로 강제청산 당하면서 이번 대규모 매도 사건을 야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