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케고스 마진콜 사태, 韓증시 영향은?…"시장 흔들 변수 아냐"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3.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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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월가 유명 한국인 펀드매니저 빌 황 타이거아시아매니지먼트월가 유명 한국인 펀드매니저 빌 황 타이거아시아매니지먼트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이끄는 헤지펀드 아르케고스 캐피탈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가 월가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국내 증권업계는 특정 종목에 국한된 이슈일 뿐, 시장 전체를 흔들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사태로 금융주 관련 규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CS(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50% 폭락한 11.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9일(11.27달러) 이후 최저치다.

아시아 최대 투자은행 겸 증권사인 노무라는 14.07% 급락한 5.68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16% 폭락하며 9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두 증권사의 공통점은 아르케고스 캐피탈과 거래한 금융기관이라는 점이다.

아르케고스 캐피탈은 부유층 재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 오피스 성격의 헤지펀드로, 설립자는 한국계 미국인인 빌 황(한국이름 황성국)이다.

아르케고스는 5배 이상의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저평가된 주식 현물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 선물을 파는 롱숏 전략을 써왔다.


아르케고스는 미디어주인 바이어컴CBS, 디스커버리 및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계 기업 등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마진콜을 당하게 됐다.

마진콜은 주식을 빌려준 증권사가 담보주식의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절차다. 만약 마진콜에 응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투자자의 기존 담보 주식을 처분한다.

WSJ(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26일 크레디트 스위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는 아르케고스의 포지션 청산 차원에서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진행했다.

아르케고스가 마진콜에 응하지 않자, 헐값에 담보 주식을 팔아버린 것이다. 블록딜 대상이 된 비아콤CBS과 디스커버리 주가는 각각 27% 급락했다.

아르케고스의 거래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 역시 손실 가능성이 불거졌다. 노무라는 "미국 고객사와 거래 과정에서 일어난 사태로 20억달러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혔고, 크레디트스위스도 성명을 통해 올해 1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연쇄 마진콜이 발생할 경우 월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뉴욕증권거래소(NYSE)  (C) 로이터=뉴스1  = 뉴욕증권거래소(NYSE) (C) 로이터=뉴스1
그러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증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이슈의 부각으로 긴장감은 높아질 수 있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현재까지 공개된 종목들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시장의 주도주는 아니며, 그마저도 비중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게임스톱 사태처럼 일시적인 수급꼬임 현상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현재까지 높지 않다"며 "오히려 지금 시장의 관심은 이번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피츠버그 연설에 쏠려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미 금융주의 반응은 심리적인 수준이지, 신용 위험이 연쇄적으로 불거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연결돼 있던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번 사태는 투자회사의 손실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내에 특정 종목에 국한된 이슈로 국내 증시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수급적인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일정 부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규제 강화를 불러올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상원 일부 의원은 이번 아르케고스 사태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금융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부장은 "기술주 관련 규제에 이어 금융주 규제 강화 이슈를 자극할 수 있어 2분기 주식시장도 여전히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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