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대표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이 30일 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열린 고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영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농심
30일 오전 6시50분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마지막으로 서울 동작구 대방동 농심 본사를 찾았다. 오전 5시 발인 이후 서울 용산구 자택을 들른 뒤였다.
손자이자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농심 부장이 고 신춘호 회장의 영정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사진= 농심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평소 저희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회장님께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셨다"며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둥지냉면 같은 획기적 제품들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해 결국 역사를 바꾼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농심 사외이사로 창업 때부터 지켜봐왔던 김진억 화우 고문변호사는 "오늘날의 성공에 사모님이 큰 힘이 됐다 생각하고, 아드님들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 회장님이 영면하시더라도 농심이 큰 회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회장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진행된 고 신춘호 농심 회장 영결식 모습/사진= 농심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은 "형님 좋은 세상에 가서 편안히 사세요"라는 자필 편지로 애도했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주정부, 이탈리아의 PVM, 일본 닛신 등도 추도 서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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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대표인 신동원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아버님의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에 '농심'이 담겨있을 것으로 짐작한다"며 "흙은 뿌린대로, 가꾸는대로 수확을 하고 농부는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의 결실을 욕심내어 바라지 않는데 이것이 아버님의 철학이며 후손들이 잊지 않고 새기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들은 아버님의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받들어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농심 창업주 고 신춘호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30일 오전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를 떠나 장지로 향하고 있다. 고인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지난 1965년 농심을 창업해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국민적 사랑을 받는 제품을 개발했다. 2021.3.30/사진= 뉴스1
1930년 울주군 상동면에서 태어난 신춘호 회장은 1965년 9월 농심을 창업한 뒤 한국 라면의 세계화라는 업적을 이루고 만 91세의 나이로 잠들게 됐다.
한편 지난 27일부터 치러진 고인의 장례식에는 정·재·문화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겸 CJ그룹 회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허연수 GS리테일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강부자씨, 박찬호씨 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근조화환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범롯데가 인물들도 고인을 추모하며 농심가와 롯데가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일본에 체류 중이라 부득이 참석하지 못한 조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조화를 보냈고 농심가는 빈소에 이들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 조화만 들여보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첫째 딸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BU장 등 롯데그룹 임원들은 빈소를 다녀갔다. 신춘호 회장이 라면 사업에 뛰어들며 신격호 회장과 사이가 틀어졌고 영면에 들 때까지 갈등이 봉합되진 않았지만 후대에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