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구인난 'IT 대호황' 시그널…예비창업가 몰려 자문료 동나"

머니투데이 판교(경기도)=류준영 기자 2021.03.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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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경기스타트업캠퍼스·본투글로벌센터·이노베이션아카데미 등 창업지원기관 가보니

“개발자 구인난 'IT 대호황' 시그널…예비창업가 몰려 자문료 동나"


“올 초부터 전문가 자문료가 모자랄 정도로 예비창업가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23일 ‘창업의 메카’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벨리에 위치한 경기스타트업캠퍼스. 이곳에서 만난 신민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창업진흥TF팀장은 ‘경기스타트업플랫폼’의 기능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9년 11월 개설한 경기스타트업플랫폼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창업, 투자·자금, 공간시설, 행사·교육, 지원사업 등의 창업정보를 한데 모아 모바일·웹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플랫폼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예비창업자 5700여명이 등록할 정도로 인기다.



경기스타트업플랫폼은 기술·경영 등으로 구분한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 풀(Pool)로 약 120명을 구성해 창업 컨설팅을 지원한다. 자문비는 경기도가 대신 내준다. 엄선된 ‘진짜’ 전문가를 선별하고, 1년 성과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정도로 운영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여긴 믿을 만 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예비 창업가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신 팀장은 “지난달 초엔 아이템, 사업화, 판로개척, 마케팅 등의 문의가 너무 쏟아져 다 받지 못하고 중간 마감했을 정도”라고 했다.



◇기술창업, 투자유치·일자리 창출 ‘쌍끌이’
코로나19(COVI-19) 여파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기술창업 시장은 딴 세상처럼 활황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되면서다. 업계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딥테크(DeepTech·원천기술) 기업의 증가와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기술 기반 창업기업들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이 밝힌 경기스타트업캠퍼스의 지난해 주요 성과를 보면 총 70개 보육기업이 입주한 뒤 전체 매출이 77억 원 늘었고, 신규로 152명의 직원을 더 뽑았다. 투자유치와 지식재산권 출원·등록은 각각 6억 2000만원, 210건이다.

이곳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가 70% 이상이며, NT(나노기술), BT(바이오기술) 기업이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인기를 끈 상품·서비스는 빅데이터 기반 인테리어 공개공사 입찰시스템, 골프장 캐디피 간편결제 플랫폼, AI(인공지능) 기반 부동산 중개 플랫폼 등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아이템들이었다.


기술 기반 창업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본투글로벌센터 김종갑 센터장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재택근무, 영상회의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비대면 기술을 앞세운 국내 딥테크 기업들이 혁신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본투글로벌센터에 따르면 AI(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기반의 코로나19 방역 솔루션을 내놓은 ‘알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한 뒤 지난해 12월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어 핀테크·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 기업 ‘원투씨엠’, 랜섬웨어 이메일 탐지솔루션을 개발한 ‘씨큐레터’, 공사 현장에 실시간 스마트 작업허가시스템을 도입한 ‘지에이스아이엘’ 등의 회원사가 올해 줄줄이 상장을 앞뒀다.

◇개발자 구인난 ‘대호황 시그널’
이런 호황에 뜻하지 않은 난관(?)이 닥쳤지만 시장은 ‘대호황 시그널’로 읽는다. 바로 ‘IT(정보기술) 개발자 인력난’이다. 최근 중대형 IT(정보·통신) 기업들이 개발자 연봉을 경쟁하듯 올린 탓에 자금 사정이 어려운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이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이는 반대로 기술창업과 관련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그만큼 신입 IT 개발자들의 채용의 길도 넓어졌다.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기관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관계자는 “N사로부터 연락받아 10여 명을 추천했는데 전부 채용해갈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교육 중심으로 운영되던 이 기관은 올해 2분기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같은 민간기관과 함께 프로그래머, 개발자 등 맞춤형 인재를 혁신기업에 이어주는 사업을 기획해 업계 인력난 해결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혁신창업생태계 대시보드’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기반업종 창업기업 수는 법인과 개인을 포함, 2016년 19만674개에서 2019년 22만607개으로 늘었고 지난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다.

STEPI 측은 “국내 창업활동은 지난 몇 년간 급증하다 근래 들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약간의 정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나 고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 창업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기술 기반 창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아이디어 개념·시장·고객 검증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프로그램을 더 많이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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