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완패' 금호석화 박철완…다음 행보는?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김성은 기자 2021.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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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에 완패한 박철완 상무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밝히며 경영권 분쟁 장기전을 예고했다. 박 상무는 임시총회를 소집하거나 다음 주총에서 재대결을 벌이는 등의 형태로 싸움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박 회장이 주총서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심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박 상무는 수일 간 휴식을 취하고 주변 이해당사자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다음 행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재계에선 앞으로 박 상무의 누나 등 친인척들이 지분매입에 가담해 박 상무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6일 열린 금호석화 주총에서는 배당안, 사내·외이사 선임, 이사회 개선 등 모든 안건의 표 대결에서 박 회장 측이 승리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준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이 양 측 모두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내이사 선임안과 관련해서도 박 상무 측이 졌다. 회사가 추천한 백종훈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64.0%의 찬성을, 박 상무 사내이사 선임안이 52.7%의 찬성을 얻었다. 박 상무 사내이사 선임안도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다득표자인 백 전무가 최종 선임됐다.

배당안에서도 박 상무 측은 전년 대비 7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제안하고도 주주들의 표심을 얻는데 실패했다. 회사 측 배당안에 대한 찬성률은 64.4%를 기록해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 가결됐다. 반면 박 상무 측 안건의 찬성률은 35.6%를 기록해 부결됐다.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박 상무는 포기하지 않고 내년 주총을 노릴 계획이다. 재계에서도 박 상무가 처음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세력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SS와 국민연금은 박 회장 편에 섰지만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박 상무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찬성비율이 과반을 넘어 결의 요건을 충족한 것도 큰 성과다.


박 상무는 주총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사회 진입이 아쉽게 좌절됐지만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과 자사주 장기 보유, 동종업계 대비 과소 배당 등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임시총회를 소집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경영 의사결정에 대변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음 주주총회엔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주총까지 경영진과 이사회 견제 역할을 이어가면서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음 주총이 열리는 내년 3월엔 박찬구 회장과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박 상무 측이 최근 금호석화 지분을 늘린 것도 장기전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박 상무는 지난 2월 회사 주식 9550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10.0%에서 10.03%로 늘렸다. 박 상무의 모친 김형일씨는 금호석화 주식 0.08%를 매입하고 박 상무의 특별관계인으로 편입됐으며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0.05%를 최근 확보하고 박 상무의 특별관계인으로 등재됐다.

액수로는 박철완 상무가 20억 원, 모친 김형일 씨가 55억 원,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30억 원가량의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취득한 주식은 2022년도 정기주총이나 매수 후 새로 열리는 임시총회부터 의결권이 주어진다.

재계에선 앞으로 박 상무의 세 누나도 지분매입에 가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상무의 세 누나는 각각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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