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먹구름 걷히자…대웅제약 '세상에 없던' 신약 보인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3.28 11:30
글자크기
소송 먹구름 걷히자…대웅제약 '세상에 없던' 신약 보인다


나보타 관련 소송 먹구름이 걷히자 대웅제약 (121,300원 ▼800 -0.66%)의 '신약'이 보인다. 폐섬유증 신약부터 자가면역치료물질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신규 임상 단계 진입이 줄줄이 예고된 것. 소송 불확실성 탓에 이 회사의 신약 R&D(연구·개발) 투자와 집중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 '투자-신약성과-투자'라는 제약사 본연의 선순환구조가 다시 가동됐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폐섬유증 파이프라인 'DWN12088'의 글로벌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올해 안에 승인받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DWN12088는 대웅제약의 파이프라인 중 잠재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웅제약이 처음 개발에 나선 'first-in-class 신약'(세상에 없던 신약)이다. PRS(Prolyl-tRNA Synthetase) 단백질의 활성을 감소시켜 폐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막는 의약품이다.



이 신약의 적응증인 특발성폐섬유증은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폐 기능을 상실해가는 간질성 폐질환이다. 치료가 어렵고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DWN12088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신약의 임상은 올해 속도가 한층 붙는 양상이다. 이달 국내 임상 1상에 돌입했고, 오는 6월 해당 임상이 마무리된다. 호주에서도 1상이 진행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호주 1상을 마무리짓고 올해 안에 글로벌 임상 2상을 승인받는다는 계획인 셈"이라며 "올해부터 개발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임상 속도전이 시작되는 파이프라인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자가면역치료제로 개발중인 'DWP213388'도 올해 의미있는 임상 단계 진척이 예정돼 있다. 현재 이 약품은 전임상 단계인데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것이 대웅제약의 계획이다. T세포와 B세포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효소인' ITK'와 'BT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이다.


또 다른 자가면역 치료제 'DWP212525'는 연내 전임상이 완료된다. 면역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표적인 'JAK3'와 'TF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이다. 항염증 효과와 염증으로 손상된 조직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보건복지부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다수 파이프라인들의 동시 다발적 임상 진척이 올해 추진되는 것과 관련, 나보타 소송 불확실성 제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달 미국 ITC를 포함한 모든 법적분쟁에 당사자들이 합의하며 대웅제약은 미국과 유럽에서 나보타 판매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올해는 나보타의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회사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보타 불확실성이 사실상 걷혔다는 상징적 선언이다. 대웅제약은 이날 주총에서 박성수 나보타사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나보타 불확실성 제거와 함께 신약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 움직임도 포착된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지주사인 ㈜대웅에 전체 지분의 약 2.6%를 처분하고 4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확보한 현금은 R&D 투자 및 해외사업 확장에 사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끌어온 소송탓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신약 R&D를 비롯, 크고 작은 회사 전략 수립에 불확실성이 컸다"며 "불확실성이 걷힌 뒤 R&D가 속도를 내는 양상으로 올해 R&D 투자 규모가 어느 수준까지 집행될 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