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노장 구본준의 '새판짜기'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1.03.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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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LX그룹②]

구본준 LG 고문이 LX그룹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구 고문은 LX그룹을 꾸려 독립하고, LG그룹 경영은 조카 구광모 회장이 맡는다. 구 고문이 다시 복귀하면서 함께 일했던 참모진들도 LX그룹에서 주요요직을 차지할 예정이다.

70세 노장의 복귀, 이과출신 30년 LG맨
구본준 LG 고문 /사진=LG구본준 LG 고문 /사진=LG


LG그룹 지주는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를 설립하는 지주회사 분할계획을 승인받았다. 구 고문이 이끌게 되는 LX그룹은 LG상사 (26,450원 0.00%)LG하우시스 (38,900원 ▼450 -1.14%), 실리콘웍스 (75,400원 ▼1,100 -1.44%), LG MMA 등 크게 4개 자회사로 구성된다. 종합상사에서부터 물류와 인테리어, 반도체 설계 등을 영위하는 자산 7조원 규모 기업이다.



구 고문은 LG그룹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30년 넘게 회사에 몸담고 있다. 올해로 만 70세(1951년생)인 구 고문은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와 미국 LG 시카고 대학원 경영학 석사(MBA)를 거쳤다. 이후 1978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 AT&T에서 3년여간 경험을 쌓았다. LG에선 1984년 금성반도체 부장으로 시작했다.

이후 구 고문은 1989년 LG전자 (92,800원 ▲800 +0.87%) 이사에 올랐고 1997년 LG반도체 대표를 맡았다. 지금은 SK (160,700원 ▼1,400 -0.86%)에 흡수된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매각하는 아픔으로 겪기도 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10,130원 0.00%)(옛 LG필립스LCD)를 이끌며 LG의 디스플레이 전성기를 일구기도 했다. 위기에 처한 LG전자에 구원투수로 복귀해 4년 넘게 일하다가 2018년 조카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로 돌입하면서 2선으로 후퇴했다.



LX그룹이 자리잡으면 LG그룹은 3세대 경영 승계작업은 막바지에 이른다. 구 고문은 LX그룹이 안정기에 들어서면 아들인 구형모(33) LG전자 책임에게 물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LX그룹 기틀잡는 구본준의 참모진들
첫 걸음을 내딪는 LX그룹에 구 고문의 참모진들도 눈에 띈다. 특히 구 고문의 전문분야인 반도체 등 첨단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LG디스플레이가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구 고문이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주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나아가 과거 이루지 못한 반도체에 대한 꿈을 다시 도전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구 고문과 인연이 깊은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가 LX그룹에 합류해 있다. 손 대표는 분리대상 계열사 중에선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해 구 고문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대표는 1984년 금성정보통신에서 일을 시작해 LG에 몸담은 기간은 구 고문과 비슷하다. 손 대표는 LG반도체와 LG전자에서 구 고문과 호흡을 맞춰던 경험이 있다.


70세 노장 구본준의 '새판짜기'
노진서 LG전자 전략부문 부사장이 실리콘웍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것도 전략강화를 위한 구 고문의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획전략 전문가로 알려진 노 부사장은 구 고문과 LG전자와 LG상사 등에서 일했다. 특히 노 부사장은 LX그룹에 편입되는 LG하우시스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려 주력 기업을 아우르며 구 고문과 연결고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LX그룹 공동대표를 맡는 송치호 LG상사 고문은 대표적인 구 고문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송 고문은 1984년 LG상사로 입사한 이후 2014년 대표이사까지 오른 정통 상사맨이다. 구 고문이 LG상사를 이끌 던 당시 대표로 직접 임명했다. 이 밖에도 박장수 LG지주 재경팀 전무와 인사 전문가인 노인호 전 LG화학 (372,000원 ▼6,000 -1.59%) 최고인사책임자 전무 등 구 고문 사단이 LX그룹 요직을 차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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