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부산 밤바다'…'야간관광', 코로나 활로 연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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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부산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부산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관광불황에도 부산여행은 봄이 왔다. 벚꽃이 만개하자 '거리두기'를 지키며 거니는 여행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초량 산복도로 '이바구 길'에는 168계단을 오르내리는 외지 사람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화사한 부산은 밤이 되면 더 화려하다. 수영강에서 출발한 유람선을 타고 해운대로 빠져나오면 바다를 메운 요트가 보인다. 광안리 SUP ZONE에선 한 밤에 패들보드를 탄 레저 마니아들이 밤바다를 밝힌다.

코로나19(COVID-19) '여행한파'로 동면(겨울잠)에 들었던 한국관광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관광콘텐츠 혁신을 통한 '국내관광 활성화'를 활로로 삼으면서다. 해질녘부터 본격적으로 즐기는 '야간관광'을 내세운 부산은 벌써부터 지역 관광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에도 부산관광 #살아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SUP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들. /사진=수영구광안리 해수욕장에서 SUP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들. /사진=수영구
국내 첫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되며 글로벌 관광시장 공략에 나섰던 부산은 예기치 않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위기를 맞았다. 일본·중화권 등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뚝 끊겼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찾는 외국인은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부산의 관광 회복 탄력성은 상당히 높다.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관광벤처들이 태동하고 있어서다. 부산 지역 관광사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2354개로 전년(2360개)과 큰 차이가 없다. 문을 닫은 곳도 있지만, 새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사업체들이 증가세다.



한국관광공사 부산지사와 부산관광공사, 부산시 등이 함께 마련한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가 요람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설립한 이후 현재 80여개의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이 중 40여개가 지난해 새로 입주할 만큼 기업활동이 활발하다. 이재상 관광기업센터장은 "부산 특색을 가진 기업도 있고 AI·빅데이터 등 IT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업체들도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관광 선점효과 보인다
해운대 리버크루즈 야경. /사진=해운대구해운대 리버크루즈 야경. /사진=해운대구
관광당국 간 소통도 매끄럽다. 공사 부산울산지사가 야간관광 활성화를 핵심사업으로 꼽자 부산시와 업계가 동참했다. 조윤미 지사장은 "바다부터 영화, 밤 문화까지 부산은 관광 콘텐츠를 밤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체류형 관광을 유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아시아 야간관광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야간관광은 관광선진국마다 추진하는 신(新) 관광트렌드다. 늦은 밤까지 관광을 즐기고 자연스럽게 숙박까지 이어져 소비창출 효과가 크다. 실제 공사가 지난해 '야간관광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야간관광만으로 4만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고, 생산유발효과만 스마트폰 398만개 생산과 맞먹는 7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성과도 드러난다. 자취를 감췄던 국내여행객들이 보이고, 지역 주민들도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접하며 소비자로 떠올랐다.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관광 비즈니스도 등장했다. 지난해 창업한 '밝히는사람들'은 주요 야경명소를 찾은 여행객들의 인물촬영을 돕거나 직접 만든 LED조명소품을 대여하는 서비스로 10~20대 여성여행객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밤바다'로 홍콩 뛰어 넘는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설치된 SUP ZONE. /사진=머니투데이광안리 해수욕장에 설치된 SUP ZONE. /사진=머니투데이
야간관광은 해양레저와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부산 지자체들이 '밤바다'를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해운대 앞바다의 요트 관광은 숙박까지 가능할 정도로 자리잡았고, 바다와 이어진 수영강까지 배가 다니기 시작했다. 야간유람선과 수륙양용관광버스 등이 다닐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리며 리버크루즈 사업이 진행 중이다. 위탁사업을 운영 중인 김건우 요트탈래 대표는 "마천루 사이에서 강과 바다를 지나며 야경을 즐기는 코스에 반응이 좋다"며 "외국인이 사라졌는데도 지난해 이용객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수영구청도 야간해양레저관광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레저 콘텐츠인 SUP(StandupPaddleBoard) 구역을 만들었다. 여름에만 가능한 해수욕장 기능을 확장, 사계절 내내 관광객을 받아 지역 소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수영구는 평창올림픽에서 화제를 모은 드론쇼를 그대로 옮겨와 야간 상설 이벤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이 같은 지역관광활성화를 통해 코로나 종식 후 재개될 국제관광까지 대비한단 계획이다. 나윤빈 부산시 관광진흥과장은 "바다와 영화, 마이스(MICE) 등 기존 콘텐츠들과 야간관광을 활성화해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 10대 관광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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