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새우깡 신화 남기고 56년만에 현역 은퇴한 신춘호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03.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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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농심을 라면업계 부동의 1위로 키워낸 창업주 신춘호 회장(91)이 56년 경영활동을 매듭지었다. 현재 노환으로 입원 중인 신 회장은 자신의 성을 딴 '신(辛)라면' 등 공전의 히트상품을 연이어 탄생시켜 '라면의 신'이라 불린 인물이다. 농심은 그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이어받는다.



신 회장은 1965년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라면사업에 첫 발을 디뎠다. 1975년 농심라면으로 기반을 다진 신 회장은 1980년대부터 우동 콘셉트의 너구리, 정통 라면 안성탕면, 첫 짜장라면 짜파게티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부동의 1위 삼양을 따라잡았다.

특히 신라면은 신 회장을 상징하는 상품이다. 자신의 성을 딴 네이밍 뿐 아니라 농심이 수십년간 라면업계 1위를 수성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지금은 10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팔리고 있다.



신 회장을 수식하는 또 다른 말은 '작명의 달인'이다. 성공한 라면 이름 뿐 아니라 '새우깡' 등 깡 시리즈 등 농심 제품 대부분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특히 새우깡은 막내딸의 발음에서 착안해 아이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깡을 붙여 시리즈로 만들었다고 한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주는 지를 결정하는 상품포장 기술도 남달랐다.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세요'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같은 광고 카피가 대표적인 그의 아이디어다.

농심의 히트상품 대부분이 이런 고유의 포장문구를 갖고 있다. '내입의 안성맞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손이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등 중독성있는 광고로 소비자의 의식을 사로잡았다. 신 회장이 이런 부분까지 살뜰히 챙기다보니 농심의 광고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농심기획 대표 자리는 내부에서는 가장 힘든 자리로 인식되곤 했다.


성공한 사업가지만 친형인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는 앙금을 풀지 못한 채 사별했다. 두 사람은 함께 롯데를 일구다 신 회장의 라면사업 도전에 형이 반대하면서 이를 계기로 갈라섰다. 형이 롯데 사명을 쓰지 못하게 막자 지금의 농심을 새로운 사명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1월 신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신 회장의 조문 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고령이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어 극적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끝내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대신 빈소를 지켰다.

1930년생인 신 회장은 현재 노환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동안 신 회장은 5년간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으면서도 회사에 출근해 굵직한 결정에 관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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