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휴방하는 '조선구마사'…無광고에 촬영지도 없어, 운명은?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2021.03.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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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사진=SBS '조선구마사' 홈페이지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사진=SBS '조선구마사' 홈페이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다음주 결방과 드라마 재정비를 결정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제작사와 방송사의 해명과 사과에도 기업들은 줄줄이 광고 철회를 선언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엔 지난 24일 기준 4000여 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선구마사' 방영 중지 청원에는 25일 오전 기준 13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고, 전주이씨 종친회까지 방영중지 청원에 가세했다. 당장 다음주 휴방이 결정됐지만 '조선구마사'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앞서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 방송이후 중국풍 인테리어와 소품을 사용한데다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 만두 등이 술상에 오르는 등 동북공정 빌미를 제공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실제 백성들을 아낀 것으로 잘 알려진 태종이 무고한 백성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도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존 인물에 과도한 픽션을 뒤섞으면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일었고, 동북공정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 여론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항의와 문제 제기에 광고주들마저 줄줄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해져 국내 반중 정서가 심화한 가운데 중국색이 부각되고 우리 역사를 폄훼하는 듯한 설정에 심각성을 느낀 것이다.


이에 제작사와 방송사 측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조선구마사'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는 지난 24일 사과문을 내고 "중국풍 미술과 소품(월병 등) 관련해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시청에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며 "구마 사제 일행을 맞이하는 장면 중 문제가 되는 신은 모두 삭제해 VOD 및 재방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의복 및 소품이 중국식이라는 지적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며 "향후 방송에서 해당 부분들을 최대한 수정해 시청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방송사인 SBS 역시 지난 24일 공식 입장을 내고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만큼 더욱 세세하게 챙기고 검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현재까지 방송된 1, 2회차 VOD 및 재방송은 수정될 때까지 중단하고, 다음주 한 주간 결방을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방영될 '조선구마사' 제작 과정에서 철저한 내용 검수를 통해 시청자께서 어떠한 불편함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대중과 기업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들과 정부 지자체가 하나 둘 씩 제작 지원 및 광고를 철회하면서 '조선구마사'는 치명타를 입었다. 광고 하나 없는 '무(無)광고' 드라마 신세가 된데다 촬영할 장소마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5일 오전 기준 광고 중단을 선언한 브랜드는 금성침대, 혼다코리아,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블랙야크, 쿠쿠, 삼성전자, 시몬스, 웰빙푸드, 아이엘사이언스, 씨스팡, 반올림피자샵, 에이스침대, 바디프랜드, 하이트진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에이블루, 코지마, KT, 뉴온, 광동제약, 동국제약, 다이슨, 다우니 등이다.

제작 지원을 했던 기업인 쌍방울, 탐나종합어시장, 호관원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경시는 지난 24일 이미 지원된 제작비를 환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으며, 나주시는 '조선구마사' 촬영을 위한 장소 지원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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