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9월 30일, 한국과 러시아(당시 소련)는 반세기에 걸쳐 지속된 냉전을 극복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 이래 양국은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수교 이래 에너지와 수산·농업·조선·우주·극동개발 등 다방면에 걸쳐 경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9개다리’ 협력 분야를 제시했고, 그간의 이행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마련한 ‘9개다리 행동계획 2.0’은 한-러 간 실질협력 강화를 위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아울러 양국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연해주 산업단지 조성, 서비스.투자 FTA 협상, 공동투자펀드 논의, 지방협력포럼 정례화 등 협력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가 지난 30년간 내실 있게 다져온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의 협력에 더욱 주안점을 둬야한다.
한국과 러시아는 그간 양국 실질협력의 든든한 축이 되어온 에너지와 수산, 조선, 제조업 등의 전통적 협력 분야에 더해 혁신·보건의료·에너지전환 시대 유망 분야로 협력의 외연을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ICT와 디지털, AI, 바이오 등 분야에서 러시아의 우수한 인재 및 원천기술과 우리의 상용화 능력을 접목하고, 우리 의료기관의 러시아 진출을 도모하는 한편, 러시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수소 생산 잠재력을 활용한 유망사업을 발굴해 앞으로의 30년 간에도 양국 실질협력의 폭과 깊이를 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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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가 간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필수적인 국민 간 상호 이해를 더욱 심화할 필요가 있다. '2020-21 한-러 상호교류의 해'기념행사 이후에도 문화교류 행사를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아울러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를 비롯한 각급의 민간분야 협의체가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양국 미래 세대들 간의 교류를 강조하고 싶다. 한-러 관계를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양국 차세대 간 우의를 쌓는 것이 긴요하다. 현재 양국 내 상호 유학생이 3000명 가량 이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된 이후 상호 유학생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이들이 미래에 양국을 이어주는 소중한 가교가 될 것으로 믿는다.
“다정한 벗을 찾기 위해서라면 천 리 길도 멀지 않다”는 톨스토이의 말과 같이, 엄중한 방역 체제 하에서도 '2020-21 한-러 상호교류의 해'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러시아 대표단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금번 개막식을 계기로 양국이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주춤해왔던 교류를 확대해 나가며 더욱 포괄적이고 성숙한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원한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