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한 인사는 "특히 일반 차량보다 반도체가 2배가량 더 필요한 전기차는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현대차 (233,000원 ▼4,000 -1.69%)도 출시 초반 흥행몰이에 나서야 할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두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들 업체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35%에 달한다.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자동차의 각 기능을 제어하는 반도체)의 경우 3개 업체의 생산량이 50%에 달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은 유럽, 일본 르네사스는 일본 자동차업체 납품이 많지만 MCU 공급망은 자동차업체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세계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도미노 생산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드, GM, 토요타 등은 이미 감산을 공식화한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도체 대란에서 한발짝 떨어져있던 현대차그룹이 르네사스 화재사고 직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대차는 르네사스의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본 차량부품업체 덴소로부터 관련 부품을 공급받는다.
정부도 최근 상황을 비상사태로 보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과 관련 민관실무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이달 초 대만에도 실무진을 급파해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차량용 반도체 조달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에는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반도체 200~400개 정도가 들어간다. 특히 아이오닉5를 비롯한 최신 전기차에는 주행상황에 따라 전압·전류를 바꿔주는 전력 반도체를 비롯해 최소 500개 안팎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앞으로 자율주행기능이 더 확대되면 자동차 1대당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갈 전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30~50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장비로 제작하는데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나 SK하이닉스 (183,000원 ▲4,800 +2.69%)는 이미 10나노대 기술의 장비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시설을 새로 짓더라도 양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이 아날로그식 기계에서 반도체로 옮겨가면서 반도체 공급망 관리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긴급 지시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