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제조사들 입찰 담합…현대차·기아 12년간 당했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3.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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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런, 웨더스트립 장착 위치/사진=공정거래위원회글래스런, 웨더스트립 장착 위치/사진=공정거래위원회


화승알앤에이 등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현대자동차·기아가 실시한 입찰에서 12년에 걸쳐 담합을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승알앤에이(이하 화승), 디알비동일(이하 동일), 아이아, 유일고무 등 4개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총 824억3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화승 등 4개 회사는 현대차·기아가 2007~2018년 기간 실시한 총 99건의 ‘글래스런’ 및 ‘웨더스트립’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 투찰가격에 합의했다. 글래스런과 웨더스트립은 각각 유리창, 차문·차체에 장착하는 고무제품으로, 소음·빗물 등의 차내 유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번 담합은 글래스런·웨더스트립 시장 1위 사업자였던 화승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승은 2006년 시장 경쟁 심화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2위 사업자였던 동일의 점유율이 상승하자 동일에 담합을 제안했다.

동일이 제안을 수락하면서 2007년부터 두 업체 간 담합이 시작됐다. 그러나 2010년 이후 3위 아이아, 4위 유일고무의 저가 투찰로 가격 경쟁이 다시 심해졌다. 이에 화승·동일은 2011년 유일고무, 2012년 아이아에 각각 담합 가담을 제안해 4개 회사 간 담합 구조가 형성됐다. 4개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사실상 100%다.



4개 회사는 현대차·기아가 기존 차종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면서 글래스런·웨더스트립 구매 입찰을 실시할 때 원칙적으로 기존 모델의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결정했다. 현대차·기아가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는 경우나, 매출 감소 등이 우려되는 회사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 합의를 거쳐 낙찰예정자를 결정했다.

이런 담합으로 총 99건 입찰 중 81건에서 계획대로 낙찰을 받았다. 나머지 18건은 예기치 못한 제3자의 저가 투찰, 낙찰예정자 소속 직원의 단순 실수 등으로 다른 사업자가 낙찰받았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전·후방에 걸쳐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중간재 시장에서의 담합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면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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