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고객 한도 늘려주고 보험사기 잡고" 진화하는 보험사 빅데이터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3.25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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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뱅 ‘빅데이터’]

편집자주 빅데이터는 금융업의 핵심 역량을 보여주는 기준이 됐다. 고객 신용 같은 기초 데이터에서부터 행동패턴, 성향 등을 쌓고 분류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빅데이터야말로 수요자 맞춤 금융의 출발 지점인 셈이다. 국내 주요 금융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과 글로벌 동향을 짚어본다.

"우량고객 한도 늘려주고 보험사기 잡고" 진화하는 보험사 빅데이터


보험업계의 빅데이터 활용은 매일 진화한다. 우량고객을 찾아내 보험가입 한도를 늘려주고, 수상한 고객은 찾아내 보험사기를 적발한다. 요긴한 쓰임새를 발견한 보험회사들은 앞다퉈 빅데이터 관련 조직을 신설하거나 인력을 확충하면서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우량고객 찾아내 인수 편하게 해주고 한도 확대, 보험료 수입도 늘어
보험사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편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험료 유입이 늘어 회사의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

한화생명은 2017년 5월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입 한도 확대를 시행했다. 2011년 이후 가입된 신계약 70만건을 고객의 성별, 연령, BMI(체질량지수), 음주·흡연 여부, 보험료 연체정보, 모집 FP(설계사) 속성 등 약 120개의 항목을 반영해 8400만건의 사례를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보험사들은 통상 고객 수요가 높은 입원, 수술, 암 진단과 같은 보장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보험사별로 가입할 수 있는 최대한도를 제한한다. 한화생명은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모델을 활용해 우량고객에게 한도를 확대했다. 예를 들면 암진단보험금의 경우 최대한도는 2억원인데, 빅데이터 분석 모델을 통해 스코어가 상위 30%일 경우 최대 3억원까지 암진단 보험금 가입이 가능한 식이다. 제도 도입 후 3년 간 한도 확대 신계약 건수는 2만9500건이다. 연평균 약 1만여명 이상의 고객들이 한도 확대 혜택을 받았다. 이를 통해 총 약 390억원의 보장성 보험료가 추가로 들어왔다.

미래에셋생명도 고객의 빅데이터 약 12억건을 분석해 올해 1월부터 계약심사(언더라이팅) 과정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량 고객에 대해서는 번거로운 재정서류 제출 절차를 생략하는 등 신속한 서비스를 해 왔다. 우량고객에게 보장금액 한도를 늘려주는 등의 서비스도 할 방침이다.

◇“보험사기 꼼짝마” 빅데이터로 잡는다
빅데이터는 보험사기 적발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화재는 자체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IFDS)’을 쓰고 있다. 이 시스템이 축적된 보험계약과 사고, 보험금 지급정보 등을 분석해 보험사기 위험이 높은 대상을 찾아내면 일정기준 이상의 의심 건에 대해 보험사기 조사 대상인지 검토를 실시하는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보험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데도 빅데이터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범죄 관련 사고내역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능은 물론이고, 개인-병원-보험모집인, 병원-정비업체-렌트업체 간의 연관도 분석 및 세부 데이터 추출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며 “지급된 보험금을 분석해 특이한 패턴을 보이는 개인, 보험모집인, 병원, 정비업체를 뽑아내어 보험범죄 적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차 보험사기 SNA 분석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현대해상이 보유한 빅데이터로 보험사기 혐의자들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자동으로 혐의 조직을 추출한다. 현대해상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현재까지 총 53건의 보험사기 건을 적발했다.

◇조직확충, 마이데이터 서비스 준비도 박차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각 사들은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전략팀을 신설했다. 신설된 데이터전략팀은 공공데이터와 외부데이터를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영업, 상품, 마케팅 현안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교보생명도 체계적인 빅데이터 기반 구축을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빅데이터지원팀, AI활용팀과 금융마이데이터파트 등 전담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또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인 아마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융마이데이터 사업도 속속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고객 정보를 한데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별 맞춤 금융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보험사들은 자산관리나 건강관리 서비스 등 고객 맞춤형 양질의 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 전반에서 데이터 효용 가치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 관련 예비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거나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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