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더박스' 조달환 "늘 죽을 것처럼 연기…찬열, 동생이지만 감동"(종합)

조달환/영화사 테이크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조달환(40)이 음악영화를 통해 '한국의 마크 러팔로'로 변신한다. 2000년 데뷔해 20여년간 연극 무대와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한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조달환은 영화 '더 박스'(감독 양정웅)에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 섹시한 매력을 펼친다.

조달환은 22일 오전 화상으로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더 박스'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 박스'는 박스를 써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남자 지훈(박찬열 분)와 성공이 제일 중요한 폼생폼사 프로듀서 민수(조달환 분)가 만나 펼치는 기적 같은 버스킹 로드 무비를 그린 작품으로, 양정웅 감독의 첫 번째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영화 대본도 보기 전에 회사 대표님이 내용을 말해주더라. '원스'나 '비긴어게인'을 말씀하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음악 영화가 나오는데, 평창올림픽 연출한 연출자가 맡았다고 했다"며 "그런데 마침 저도 알고 있던 분이고, 워낙 디테일해서 '현미경'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찬열씨와 같이 한다는 느낌도 좋아서 안 할 이유가 없었고, 저는 너무 감사하게 받아들였다"고 영화에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조달환/영화사 테이크 제공 © 뉴스1

조달환은 극중 성공이 제일 중요한 프로듀서 민수로 분했다. 민수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능력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무일푼 신세로 지훈을 만나 또 한 번 성공을 꿈꾸는 인물이다. 민수는 조달환이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모인 섹시함도 지니고 있다.

"양정웅 감독님이 곧 죽어도 멋있어야 한다, 폼 잡아야 한다고, 찬열씨가 더 빛나는 그런 영화면 좋겠고, 거기서 달환씨도 연기하면서 알게 모르게 빛나는, 결국 같이 성장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이병헌 배우나 마크 러팔로 같이 그런 분들은 다 섹시함이 있지 않나, 이 영화에서 내 모습이 그렇게 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해봤다. 사실 현장에서도 '마크 조팔러'라면서 그렇게 말하면서 임하긴 했는데, 다르게 가고 싶었다. 영화 '머니볼' 브래드 피트도 오마주 하면서도 조달환만의 이미지를 가고자 했고, 크게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진 않았다. 누구를 오마주 하든 간에 조달환씨가 나오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했다."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어떻게 준비했냐는 질문에 조달환은 "어떤 분은 제가 '감격시대'란 드라마에서의 이미지가 크게 다가왔다고 하기도 한다"라며 "아마 연기하는 부분에서 모든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코믹스러움도 있고 사이코틱한 모습도 있고, '더 박스'에서처럼 멋지진 않지만 나름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 자체가 조금 멋진 부분도 내게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이어 "사실 제가 이번 영화에서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가고 싶었지만 감독님이 많이 깎아내고 더 깊게 가고자 했고, 그래서 편집할 때도 많이 덜어내 졌다. 한편으로 플랫하고 단조롭지 않나 싶다가도, 영화의 톤 앤 매너에 맞게 촬영하기 전에 말했던 '드러나지 않지만 결국엔 드러난다, 그러니 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던 그 모습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조달환/영화사 테이크 제공 © 뉴스1

특히 박스를 쓰고 다니는 지훈을 이끌어내는 만큼, 지훈으로 분한 박찬열(엑소 찬열)과의 연기 호흡도 중요하다. 데뷔 후 첫 번째 스크린 주연작을 맡은 찬열을 어떻게 봤을까.

이에 대해 조달환은 "우선 감독님도 찬열씨 팬이었고, 제가 신인배우라고 논하기에는 감히 어려울 것 같다"라며 "다들 배우이기 전에 항상 좋은 사람, 좋은 인간이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나. 찬열씨는 제가 느낀 바로는 건강하고 현장에서 만큼은 좋은 후배이자 좋은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생이지만 감동받은 부분도 많았다. 제가 느꼈던 찬열씨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조달환도 극중 지훈처럼 박스를 쓰고 숨었던 시기가 있었을까. 그는 "물론 있다, 20대 때 실연을 겪었을 때, 6개월 동안 집 밖에 안 나가고 은둔해 있었다"라며 "그런데 어머니가 저를 보고, 그 여자가 잘못된 행동을 했든 선택은 네가 하지 않았냐고 하더라. 그리고 앞으로 너와 맞는 여자를 찾는 확률이 높아진 거라고 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라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행하면서 리얼 히피들을 만나 깨달음, 깨우침을 얻었다. 힘을 안 주는 것에 대해서 돈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든 운동이든 힘을 안 주는 것에서 히피들이 가르쳐줘서 6년 이상 영향을 받았다"라며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대유행) 때문에 경제적인 상황이 힘들더라. 결국 저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누가 선택해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기에 그런 불안감이 잠깐 왔다. 하지만 시골에 살다 보니까 그런 자연이 있어서 자연적으로 해소됐고, 아파트 살다가 시골에 가게 됐는데 시골이 제 박스를 다 위안해주고 보듬어줬다"고 털어놨다.

조달환/영화사 테이크 제공 © 뉴스1

2000년 데뷔한 조달환은 20년째 여러 매체에서, 여러 장르를 선보이며 꾸준히 연기 중이다. 그는 "사실 중간에 군대 갔다오면서 3년 쉬고, 2019년도에는 드라마, 영화도 못하고 연극만 했고, 2020년에 이 작품을 찍었지만 올해 개봉이라 작년에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다"며 "꾸준히 달려온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얼마 전에 이순신 장군께서 말씀하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라는 말을 보면서, 어렵지만 저도 그렇게 임하려고 한다, 제 조력자이신 신구 선생님도 '나름대로 하면 돌아봐주지 않는다. 우리가 원빈, 송중기가 아니지 않나. 죽을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해주시더라.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는 조달환은 "전 연기할 때 사전 준비를 많이 한다. 그래서 딥하게 빠지는데, '공모자들' 할 때는 어머니가 내 모습을 보고 무섭다고 할 정도였다"라며 "그런데 이런 것들이 나중에 지나고 나서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 걸 알았다. 감정적으로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히스테릭해질 때도 있지만 제가 그렇게 빠지지 않으면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게 제게 안 좋더라, 조달환이라는 사람에게 좋지 않아서 이입을 덜하려고 하고, 아이와 아내를 심적으로 다치게 하니까 구분을 지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더 박스'에서는 몰입해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그렇게 했는데 현장에서 예민했던 부분들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반면 찬열이는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을 보고 또 배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기 원동력에 대해 "가난이 제 스승이었다. 생활고 때문에 스무 살까지 생활보호대상자였고, 성인이 된 이후 어머니와 함께 아르바이트도 해왔는데 그게 큰 스승이고 원동력이었다"라며 "이제는 연기자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서 경제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나태해질 때가 있는데 물질적인 것에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 안에서 원동력을 찾으려고 한다. 가난과 철학이 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조달환이 주연을 맡은 '더 박스'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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