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안 올린다…7년만의 인상 시도, 정부가 퇴짜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1.03.23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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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활안정 필요한 시점…국민 수용성·정책 일관성도 고려"

전기요금 안 올린다…7년만의 인상 시도, 정부가 퇴짜


한국전력이 2분기 전기요금을 지난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7년만의 요금인상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분을 적용해 전기요금이 올라야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생활안정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한전은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지난 1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요금이 2013년 11월 이후 7년5개월 만에 오를 것로 예측됐으나 결국 동결됐다. 한전에 따르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키로와트시) 당 -0.2원이다. 1분기(-3원)와 비교하면 2분기 전기요금이 2.8원 올라야 하나 정부가 유보조항을 적용하며 동결됐다.

7년만의 인상시도 무산…정부 "국민생활 안정 필요"
전기요금 안 올린다…7년만의 인상 시도, 정부가 퇴짜
정부는 국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7년만에 시도된 전기요금 인상에 거부권(비토)를 행사했다. 정부는 한전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분기 조정단가 결정시 발생한 미조정액을 활용해 2분기 조정단가를 1분기(-3원)와 동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최근 급등한 LNG 가격 반영도 유보했다. LNG 가격 급등이 지난 겨울 이상한파에 따라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간내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 발생시 전기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백신보급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미국 텍사스 한파사태 등으로 짧은 기간동안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유보조항을 적용할 여지는 충분한 상황이다.

한전에 따르면 직전 3개월(2020년 12월~2021년 2월) LNG 평균가격은 kg(킬로그램) 당 508.97원이다. 전기(350.24원) 대비 158.73원(45.3%) 높다. 이에 따라 계산된 2020년 12월~2021년 2월간 실적연료비는 kg(키로그램) 당 288.07원이다. 기준연료비 289.07원보다 1원 낮은 수준이다.

다만 스팟가격(일일물, 즉시 거래가격)을 제외한 장기계약가격으로 보면 -3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LNG 장기계약가격을 적용하면 실적연료비가 kWh당 -3원 수준을 유지했다"며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크게 출렁이는 연료비 가격 모두를 반영하겠다는 것이 아닌만큼 반영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이름만 연료비 연동제?…"국민 수용성과 정책 일관성 반영한 것"
전기요금 안 올린다…7년만의 인상 시도, 정부가 퇴짜
일각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 초기부터 작동하지 않으며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식시장은 실망감을 보였다. 이날 한국전력 주가는 전일대비 4.76% 내린 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4조7651억원으로 지난 19일(15조5034억원) 보다 약 7383억원 줄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아 전기요금이 오르는 경우 제도에 대한 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소상공인 115만1000호에 전기요금을 지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도 정책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 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는데 경직적으로 운용되면서 제도가 얼마 시행되지 못하고 폐지된 바 있다"며 "연료비 연동제 도입 초기에 너무 경직적으로 운용하면 국민수용성이 떨어지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다 유연하게 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동제 취지를 놓지 않으며 서서히 국민수용성을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운용해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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