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제때 못 팔아서 손해봤다"…먹통 MTS, 예견된 사고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3.23 04:01
글자크기
"SK바사 제때 못 팔아서 손해봤다"…먹통 MTS, 예견된 사고


증권사들의 잇단 전산 장애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미래에셋대우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전산 장애로 SK바이오사이언스 (57,500원 ▼800 -1.37%)를 제때 팔지 못한 ‘동학개미’들이 속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피해 보상에 나섰지만 불만은 좀처럼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전산 장애와 관련 증권사의 ‘짠물’ 투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학개미 덕에 영업수익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에 걸맞는 투자가 집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루이틀 멀다 하고 터지는 전산장애…"동학개미 감당 못해"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전산장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위한 피해 보상을 접수 중이다. 접수가 마무리 되는대로 보상 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미래에셋대우 MTS 'm.Stock'을 비롯한 거래 채널은 개장 직후부터 오전 10시 30분경까지 먹통이 됐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다는 오류 메시지와 함께 로그인을 할 수 없었다.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대표전화로의 전화 연결도 불가능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상장 이틀째를 맞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동 주관사로 504만9000주를 배정 받았다. 전체 공모주 물량의 22%에 달한다.

그러나 전산 장애는 비단 미래에셋대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2일 하나금융투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증거금을 반환하는 과정에서 증거금을 중복 지급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4월에는 키움증권 원유선물 HTS(홈트레이딩서비스)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국제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 주요 10개 증권사들의 전산장애 민원은 총 329건으로 전년동기(310건) 대비 늘었다. 개인 투자자가 많은 키움증권이 민원 건수 1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학개미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증권사들의 전산 인프라 투자가 더디다"며 "규모에 걸맞은 전산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전산관리보다 광고선전…짠물 투자 사고 키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57개사의 2020년 전산관리비는 580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34억원(8.09%)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급격하게 늘어난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과 비교하면 초라한 증가폭이다.

2020년 57개 증권사들의 수수료수익은 13조58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9% 급증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이후 직접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1월 30조원이 채 안 됐던 투자자 예탁금은 70조원에 육박한다.

주요 증권사별로 전산관리비 증가율은 크게 차이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전산관리비로 전년대비 50.7% 늘어난 288억원을 지출했다. 주요 증권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전산관리비가 전년대비 각각 14.8%, 12.6% 증가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의 전산관리비는 525억원으로 같은 기간 5.6% 증가하는데 그쳤다. 삼성증권의 전산관리비는 721억원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았지만, 증가율은 0.3%에 불과했다.

전산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했지만, 광고에는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57개 증권사의 광고선전비는 총 2883억원이다. 1년 전보다 586억원(25.5%) 늘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경우 2020년 광고선전비가 전년대비 각각 43.6%, 84.7% 급증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3년간 MTS와 HTS 오류에 대한 민원이나 배상은 없었다"면서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전산관리비를 지출하고 있고, 보안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