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호 치료제' 쉽지 않네…시간 걸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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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호 치료제' 쉽지 않네…시간 걸리는 이유


국산 2호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자리를 차지할 제약·바이오사에 관심이 쏠린다. GC녹십자 (123,300원 ▼1,900 -1.52%)대웅제약 (122,800원 ▲700 +0.57%), 엔지켐생명과학 (1,867원 ▼15 -0.80%) 등이 1호 셀트리온에 이은 2호 치료제 등극 맞춤 전략을 가동했다. 하지만 종근당 사례에서 확인된 것 처럼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임상 자료 제출이 관전 포인트다



"렉키로나주 다음은?"…국산 2호 치료제 각축전 격화
코로나 '2호 치료제' 쉽지 않네…시간 걸리는 이유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개발중인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임상 2상을 완료했거나 임상 2상 막바지 단계인 것은 GC녹십자와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의 치료제 후보군인 것으로 파악됐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의 임상 2상을 마무리짓고 현재 관련 임상 자료를 정리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달 임상 2상을 마쳤고 대웅제약은 추가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의약품 임상은 통상 3상 단계까지 진행되는데 2상 단계 물질들이 2호 치료제 허가 후보군으로 꼽힌 까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코로나19 치료제 허가 절차가 '조건부 허가'로 진행돼서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사용을 우선 허가해주는 제도다. 국산 1호 치료제로 등극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와 최근 2호 치료제 심사 단계에서 고배를 마신 종근당의 나파벨탄도 조건부 허가 절차를 밟았다.

각 제약·바이오사들은 2호 치료제 타이틀 획득을 위해 임상 성공확률을 극대화한 전략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2호 치료제 등극에 가장 근접했다는 것이 업계 평이다. 허가를 위한 대략적 시간표도 나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다음 달 중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치료제는 이미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통해 국내 의료현장에 치료제로 실전 투입 중이기도 하다. 치료목적 사용 승인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이 위험한 환자를 위해 품목 허가 승인을 아직 받지 않은 의약품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허가 확률 극대화 전략 가동…그래도 '2호 등극' 쉽지않은 이유는
코로나 '2호 치료제' 쉽지 않네…시간 걸리는 이유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추출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성분을 찾아 농축·정제한 의약품이다. 기존 혈액제제와 원료만 다를 뿐 개발 과정과 생산 공정이 같아 안전성과 효능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 빠른 조건부 허가를 위한 GC녹십자의 전략인 셈이다.

엔지켐생명과학도 조만간 허가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녹용에서 기원한 물질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중인데, 이 물질은 코로나19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사이토카인 폭풍(과도면역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망원인 차단을 노린 것이 이 회사의 조건부 허가 전략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단계에서 효과성이 충분하지 않아 상업화되지 않은 물질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중인 렘데시비르(기존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도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됐다. 대웅제약은 췌장염, 식도염 치료제로 쓰이는 '호이스타정'을 바탕으로 경구형(먹는 방식)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같은 각 사 허가 확률 극대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국산 2호 치료제 등극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동안 2호 치료제에 가장 근접했던 종근당의 나파벨탄이 치료효과 입증이 충분치 않았다는 예상 밖 결과를 받아들며 확실한 임상결과 도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나파벨탄은 중증 환자에서 일부 효과가 나타났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유효성 주평가지표인 임상적 개선 시간에서 유효성이 확보가 안돼 발목이 잡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된 나파벨탄도 심사 관문을 넘지 못했다는 점은 각 사의 빠른 허가 전략에도 불구하고 유효성 확보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업계가 확실한 임상 결과 확보와 자료 정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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