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호 첫 '외교전' 주고받은 북미의 일주일…'갈등 심화'로 귀결

뉴스1 제공 2021.03.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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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 인권 문제 지적 vs 北 "태도 변화 없다면 계속 무시하겠다"
말레이시아의 북한 사업가 미국 송환 문제도 불거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2021.3.1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2021.3.1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첫 북미 간 외교전이 진행됐으나 결국 '갈등 심화'로 귀결됐다. 우리 정부가 바라는 대화 국면 전개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북한과의 접촉 시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비록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수립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북미 대화 재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 당 부부당의 담화로 부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김 부부장은 자신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강행한 남한을 비난하면서 미국에게도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17일에 한국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임하며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인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체제를 '권위적인 정권'으로 규정하며 이 정권이 자국민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8일에는 다시 북한의 대미 입장이 나왔다. 북한의 대미라인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미국을 향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은 "몹쓸 버릇을 버리라",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비록 '대면 접촉'이나 유화적인 메시지는 없었지만 미국과 북한이 이번주에 보여준 행보는 양측이 본격적인 외교전을 시작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 로이터=뉴스1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 로이터=뉴스1
북한은 최 제1부상의 담화 이후에는 이번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과 관련한 추가적인 입장을 내진 않고 있으나 미국에 대한 비난 성명이나 담화는 추가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에는 '2+2' 회담과 다소 결이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의 사업가 문철명씨를 미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으로 신병을 인도한 것이 확인된 것이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문씨가 이미 지난 17일 미국으로 송환됐으며 "이는 우리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 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씨의 송환 사건은 북미 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가 크다. 북한의 주요 인사가 대북제재를 이유로 미국의 실질적 사법처리 대상이 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문씨에 대한 미국의 사법처리 과정에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칫 미국의 대북제재 논리 자체를 일단 인정하게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북미 간 첨예한 외교 분쟁 사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합법적' 활동을 한 문씨에 대한 미국의 사법처리가 '인권 침해'라는 논리를 세워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공세에 역공을 펼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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