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막으니 목욕탕으로…'목욕탕 확진자 러시'는 풍선효과?

뉴스1 제공 2021.03.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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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방문 후 확진 67.5%가 노인…"너도 잘있지?" 소통 욕구
"일방적 규제나 거리두기 강요는 개인들 버티기 힘든 면 있어"

창원시내 아파트 노인정·경로당 폐쇄 안내문.2021.3.19 © 뉴스1창원시내 아파트 노인정·경로당 폐쇄 안내문.2021.3.19 © 뉴스1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그냥 서로 별일 없나, 살아있나 물어보는 거지.”

19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목욕탕에서 젖은 머리를 털며 걸어 나오는 70대 여성 김모씨가 조심스럽게 읊조렸다.



‘최근 도내에서 목욕탕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걱정 안 되냐’는 질문에 김씨는 “집에만 있으니 하도 답답해서 나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탕 안에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대화를 나누기는 한다. 그래도 다닥다닥 붙어서 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목욕탕을 찾은 이들이 탕 안에서 으레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탕 내에서 대화를 하면서 감염이 염려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해당 목욕탕에서는 출입자 명부관리와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등 꼼꼼히 살피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최근 진주 한 목욕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19일 오후 1시30분 기준 누적 확진자가 198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23명이 목욕탕을 직접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직접 방문자들을 나이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67.5%를 차지하면서 어르신들이 주로 목욕탕을 찾고, 확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Δ20대 2.4% Δ30대 3.3% Δ40대 4.1% Δ50대 22.8% 등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73.2%(90명)로, 26.8%(33명)인 남성보다 매우 높은 비중을 보였다. 즉 김씨와 같은 고령의 여성들이 목욕탕을 많이 찾았고, 감염률도 높다고 풀이할 수 있다.

대규모 진담감염이 발생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진주의 목욕탕. © News1 한송학 기자대규모 진담감염이 발생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진주의 목욕탕. © News1 한송학 기자
그럼 김씨 같은 고령의 여성이 목욕탕을 찾는 이유는 뭘까.

김씨는 “혼자 지내며 적적한데, 애들(자녀)도 만나기 힘든 요즘에 우리들끼리 서로 무슨 일 없는지 안부를 묻는 게 전부다”면서 “경로당도 문을 닫았고, 얘기할 데도 없고 해서 오늘 목욕탕에 왔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말처럼 창원시내 아파트 여러 곳을 둘러보니 경로당과 노인정은 폐쇄 조치돼 있었다.

성산구 모 아파트에서 만난 정종팔씨(75)는 “경로당 폐쇄된 지 오래다. 이제 흡연 때문에 종종 내려오는 것 말고는 외출할 일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정씨는 가족과 함께 살아 외로움이 덜 하지만 혼자 지내는 노인에 대해 걱정을 표했다.

또 10평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한 미용실에서 몇몇 여성은 파마를 하고 있었으며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는 않아 보였다. 미용실 손님들은 “그럼 입 꾹 닫고 거울만 보고 있어야 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취약 계층인 노인들의 감염을 우려해 노인정이나 경로당 등을 집합금지하며 공동체생활을 자제시키는 상황이다. 하지만 되레 ‘풍선효과’처럼 모이지 말라는 곳만 빼고 다른 곳곳으로 밀집되는 모습도 보인다.

또 ‘5인 이상 집합금지’ 역시 무용지물로 보인다. 미용실 등 가게 내부 4㎡당 1명의 인원제한을 두지만 가게의 규모를 알지 못하는 손님이 대부분이기에 개의치 않고 들락날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효래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처음에 노인들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같이 모이는 공간을 최대한 제약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를 준수하면서 버티기에는 한계가 온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교류를 자제하고 소통을 중단하고 하는 것들이 지속되다 보면 스트레스나 우울감도 생길 것”이라며 “타인과의 소통 욕구가 충족되도록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기존에 모임을 막는 방식만으로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있는 시설의 방역을 강화하면서 일상 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고, 고민 없는 규제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방적으로 하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버티기 힘든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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