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등돌린 K배터리…그래도 희망은 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3.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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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폭스바겐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가 주력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폭스바겐 한남전시장. 2021.3.17/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폭스바겐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가 주력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폭스바겐 한남전시장. 2021.3.17/뉴스1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선언 후폭풍에 국내 배터리 3사의 주가가 흔들린다.



증권업계에서는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의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나, 계획의 실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LG화학}은 전일 대비 3만1000원(3.60%) 내린 8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I}(-0.15%), {SK이노베이션}(-1.40%) 등도 하락 마감했다.



지난해와 올해 초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3사는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3사 주가는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80%' 선언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파워데이'에서 폭스바겐은 오는 2023년부터 '통합형 셀'이라고 부르는 각형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해 2030년까지 80%로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가격을 절반가량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폭스바겐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중국 CATL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양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겨냥해 CATL 배터리 탑재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의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이 높은 한국 배터리기업들에게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의 발표 직후 이날까지 4거래일 만에 LG화학은 14%, SK이노베이션은 7.4% 급락했다. 삼성SDI는 3.6% 떨어졌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기업의 경우 각형 비중이 낮은 점은 단기적으로 부담"이라며 "장기적인 배터리 공장 내재화는 EV(전기차) 배터리 공급과잉과 경쟁 과열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는 일부 수혜가 기대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각형 중심으로 재편되면 한국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며 "다만 각형 배터리 단가인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수익성 확보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폭스바겐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가 주력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폭스바겐 한남전시장. 2021.3.17/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폭스바겐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가 주력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폭스바겐 한남전시장. 2021.3.17/뉴스1
또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와 협력으로 배터리 공장 내재화를 꾀한다.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 생산능력이 각각 40GWh(기가와트시)인 6개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120GWh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테슬라에 이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은 배터리 업체를 향한 전략적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 업계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점이 완성차 업계 입장에선 부담일 수 있다"며 "배터리업계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터리 산업 진입 장벽을 뚫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공성전으로 2차전지 섹터의 고평가가 점진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배터리 제조사의 PER(주가이익비율)이 50~70배까지 상승했다"며 "성장 기대감 약화는 제조업으로서 PER 70배 이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이 계획대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송 연구원은 "노스볼트는 설립 5년차 회사로 이제 생산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기술 확보 및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노스볼트 및 폭스바겐이 초기 수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계획 대비 비용절감 목표가 늦춰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업력은 20년 안팎이다.

결국 관건은 폭스바겐의 전략이 다른 완성차 업체로 확대될지 여부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전략 변화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로 확산될 경우 보다 구조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폭스바겐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힘든 자동차 업체들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백 연구원은 "현재 공정기술에서 각형전지의 원가절감 정도가 원형 및 파우치전지보다 유리하나, 장기적인 전기차 모델 변화에는 각형보다는 파우치전지가 최적화될 수 있다"며 "결국 한국 배터리기업은 배터리 소재 다변화와 공정기술 개선 등을 통한 구조적인 원가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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