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지금이 매수 기회? "백신 호황 이어질 것"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1.03.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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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CDMO 사업 진출…올해 매출 급성장 기대



SK바이오사이언스 (61,700원 ▼300 -0.48%)가 상장 이후 상승세를 이어갈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상장 첫날 '따상' 이후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제작 역량과 CMO 사업 진출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가 고평가 논란에도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9일 전일 대비 2500원(1.48%) 내린 16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8일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한 이후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가나 했지만 장중 낙폭을 키우면서 결국 하락 마감했다.



독감 백신 강자…연 11% 성장 산업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의 백신 사업 부문이 2018년 분사해 설립한 제약·바이오 회사다. 주요 사업은 백신의 개발과 유통인데 국내에서는 녹십자와 함께 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독감 예방 백신인 스카이셀플루와 대상포진 백신인 스카이조스터주 등이다. 타사에서 만든 의약품을 유통하는 사업도 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자체 생산 제품 매출이 1011억원으로 64%, 타사 제품 유통 매출이 495억원으로 31%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독감 백신 점유율이 35%, 대상포진 백신은 50%의 점유율을 나타낸다. 여기에 유통까지 맡고 있으니 사실상 우리나라 독감과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꽉 잡고 있는 셈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백신 산업 내에서도 다른 기업보다 앞서가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2015년에 국내 최초로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발매했고 그 다음해에는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발매했다. 4가는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가지수를 의미한다. 백신 배양 방식이 유정란이 아닌 세포배양 방식인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독감은 매년 변종이 발생하고 완전 정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백신 산업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BIS리서치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력 제품인 독감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은 2028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백신+CDMO 사업 진출 기대감↑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 마련된 '서울시 1호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사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 마련된 '서울시 1호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사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지금 자본시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 기대하는 것은 기존의 백신 사업이 아닌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CMO 사업 진출이다. 현재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CMO 기업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게 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노바백스의 경우 단순 위탁생산이 아니라 개발에도 참여하는 CDMO 방식으로 사업으로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노바백스 백신 4000만 도즈(1회 접종 분량)를 직접 공급하면서 수익은 노바백스와 5대 5로 나눠 갖는다. 단순 위탁생산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위탁생산에서 그치지 않고 그 동안 백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직접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나선다. 자체 개발 백신은 현재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과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지원을 받고 개발 중인 백신은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CMO 사업 덕분에 폭발적인 외형 성장이 예상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와의 계약금액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CMO 매출만으로 6000억~700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한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4~5배가량 오른 8000억원 이상이다.

안정적 성장 매력 부각
유튜브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그래픽=신선용 디자인기자유튜브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그래픽=신선용 디자인기자
CMO 매출이 반영되지 않은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으로도 양호한 성과를 보여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8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8억원, 당기순이익은 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1.5%, 481% 급등했다. 매출총이익률은 40%대로 비슷한데 판관비가 줄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는 2019년말보다 60%가량 늘어난 270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74%에서 107%로 올랐다. 부채비율이 30~40%대인 다른 제약·바이오 업체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부채 증가에 대해 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수금을 받은 것이 부채로 인식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선수금은 계약부채라고 하는데, 지난해 말 4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671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전체 부채 증가에도 영향을 줬다.

계약부채는 CMO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부채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재무상태에 크게 부담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재무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다른 제약·바이오 업체와는 다르게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약 개발도 계속 추진하는 모범적인 성장 그림을 보여준다.

고평가 논란…백신 기업인데 비교 대상은 CMO 기업
안정적인 성장세와 신사업 진출 기대감은 컸지만 상장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백신이 주력 사업이고 아직 CMO 매출은 전혀 없는 회사인데도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산출) 비교 대상은 백신 기업이 아닌 글로벌 CMO 기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유튜브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그래픽=신선용 디자인기자유튜브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그래픽=신선용 디자인기자
비교 기업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3곳이었다. 이들 기업의 평균 PER(주가순이익비율)는 40배 이상이다. 화이자나 사노피 등 글로벌 백신 기업의 평균 PER가 10배 안팎이기 때문에 백신 기업과 비교하는 것보다 CMO 기업과 비교할 경우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모가 산정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PER나 EV/EBITDA(이브이 에비타)가 아닌 연간 생산능력 대비 시가총액 방식을 사용한 것도 논란이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간 생산능력은 2만4000리터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36만4000리터)나 론자(32만리터)처럼 연 30만리터 이상씩 생산하는 기업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유튜브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그래픽=신선용 디자인기자유튜브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그래픽=신선용 디자인기자
비교 대상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3곳의 생산능력 대비 시가총액 평균은 2.64배다. 이를 SK바이오사이언스에 적용해 산정한 적정 주가는 8만2000원이다. 공모가는 여기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4만9000~6만5000원으로 정했다.

고평가 논란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1300대1의 경쟁률로 공모가 범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일반 청약에서도 역대 최대인 64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수급적 측면에서 보면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확약한 최대주주와 기관 물량이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유통 가능 주식은 전체의 11% 정도다.

지난해 '따상상상'(공모가의 2배+3연속 상한가)을 기록한 SK바이오팜도 상장 초기 유통물량이 13%뿐이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으면 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상장 이후 코스피200이나 MSCI(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네셔널),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 같은 대형 지수에 조기 편입된다면 대규모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고평가 논란은 여전히 계속된다. '따상'한 가격 기준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예상 PER는 60배다. 예상 PER 40배인 론자보다 비싸다.

생산능력에서 주요 CMO 업체들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데도 이와 유사하거나 더 비싼 가격으로 평가 받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상승세가 주춤했던 것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풍토병 가능성…"백신 호황 지속될 것"
관건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앞으로 CMO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느냐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1조원의 자금 중 2600억원은 CMO 생산시설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다. 백신 기업에서 CMO 기업으로 탈바꿈에 성공한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생산 업체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줄 수 있다"며 "코스피200 편입 이슈와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1상 결과 발표 등 재료가 풍부해 상장 이후에도 주가 상승 여지는 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완전 종식이 아닌 풍토병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백신·CMO 업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소멸보다 풍토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CMO 사업 호황은 2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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