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 대신 온라인 임투, 연봉이 1000만원 올랐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3.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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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온라인에 게재된 LG그룹 성과급 관련 게시물. 지난 2월 온라인에 게재된 LG그룹 성과급 관련 게시물.


시작은 SK하이닉스 (179,100원 ▼9,100 -4.84%)였다. 성과급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보다 적다는 불만이었다. 그 다음은 LG (77,000원 ▼100 -0.13%)였다. 우여곡절 끝에 SK하이닉스가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을 지켜본 'LG맨'들은 지난 2월 한달 내내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를 달궜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91,800원 ▼700 -0.76%)가 선봉에 섰다.



그사이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 (50,700원 0.00%)이 전직원에게 임금협상 타결금 800만원을 일괄 지급했다. 게임업계에선 넥슨을 시작으로 전직원 연봉을 1000만원 안팎 인상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엔씨소프트 (169,300원 ▼900 -0.53%)는 이달 초 개발직군의 연봉을 최대 1300만원, 크래프톤은 지난달 개발직군 연봉을 2000만원 인상하는 조치를 내놨다.

LG전자는 결국 지난 18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2000년대 들어 최대폭인 9%로 합의하고 직급별 초임도 최대 600만원 인상하는 방안에 노사 합의했다. 지난 1월 말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연봉 논란이 두달 가까이 이어진 셈이다.



쇠파이프 대신 온라인 임투, 연봉이 1000만원 올랐다
재계에서는 LG전자가 끝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LG전자의 '파격' 인상을 도화선으로 대기업 제조 계열사 생산직의 임금인상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LG그룹에서도 LG전자의 사례를 지켜본 다른 계열사의 눈빛이 심상찮다. 오는 5월 신설지주를 설립해 조만간 LX그룹으로 계열분리하는 LG하우시스 (38,150원 ▼500 -1.29%)LG상사 (26,050원 ▼600 -2.25%), 실리콘웍스 (75,100원 ▲400 +0.54%)에서는 위로금 문제와 얽혀 논의될 조짐도 보인다.

시야를 좀더 넓히면 해마다 임금단체협상을 두고 갈등이 적잖은 완성차업계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현대차 (242,000원 ▲500 +0.21%)그룹은 SK하이닉스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차순위'로 꼽혔다. 급기야 지난 16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이 성과 보상에 불만이 있는 걸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도서관에서 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도서관에서 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최근의 성과급·연봉 논란은 쇠파이프와 바리케이트가 동원됐던 80·90년대의 강경투쟁이 아니라 사내 게시판과 익명 앱을 타고 흐른다는 점에서 온건하지만 더 위력적이다. 자기 주장에 솔직한 신세대 직원들의 등장과 맞물려 온라인에서 확산한 논란에 기업들이 당혹해하는 이유다.

불만이 불만 표출에 그치지 않고 인재 이탈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업을 압박한다. IT·전자 업계에서는 인공지능·5G(5세대 이동통신)·IoT(사물인터넷) 시대가,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인재 확보가 기업의 미래사업을 위한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기업들의 처방이 연봉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그동안의 성과분배 시스템 문제가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타운홀미팅 당시 "임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성과보상 제도를) 좀더 정교하게 선진화하겠다"며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직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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