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천재가 되는 길 '세살짜리도 모르면 묻는다'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2021.03.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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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19년간 무역회사를 운영해 온 배헌 비에이치앤컴퍼니 대표는 협상의 조건으로 4개를 꼽는다. 철저한 ◇협상 준비◇지식 ◇경험 ◇경청 능력, 4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내 정서상 '경험'이나 '경청하는 능력'이 선행되야 한다고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협상 교육이 활성화된 일부 선진국에서는 '협상 준비'를 가장 중요한 여건으로 꼽는다. 실제로 '협상 준비'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경청하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듣기만 하고 말을 하지 못하면 그것은 총알 없는 총과 같다. 경청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질문(대화)을 거쳐 상대방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있는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경청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다. 본질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내 의견'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다.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는 대한민국은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유아 시절부터 의견을 제시하는 법보다 잘 듣는 게 중요하다는 교육을 받는다. 궁금한 게 있어도 이목이 두려워 손 들고 질문하지 못한다. 만약 강의가 끝난 뒤 용기를 내 질문해도 주변 친구들이 눈총을 주는 것 같아 질문하지 못한다.



배 대표는 이와 함께 협상에 관한 자신의 일화를 꺼냈다. 그에게는 만 4살의 조카가 있는데, 매제가 해외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영국으로 이동하며 현지 학교를 다녔다. 이곳에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손을 들어 질문하는 게 당연하다. 손을 들지 않으면 오히려 수업 중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또 손을 들어 본인 의견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게 일종의 교육 방식이다.

문제는 이 조카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다. 한국 유치원에 다닌 지 3주 만에 손을 드는 것을 꺼리게 됐다. 수업 도중 궁금한 게 있어서 손을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조금 불편한 일이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의견이 있으면 자신 있게 질문하고 발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협상을 잘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했다. 이어 "협상에서 경청만 하고 있다면 '주장을 못하는 바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서 "궁금하면 질문하고 설득하고 싶다면 똑 부러지게 논리적으로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협상의 경험 역시 협상 준비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는 게 배 대표 설명이다. 협상은 회사나 일상생활 곳곳에 녹아 있는 만큼 경험이 중요하다면 협상 능력이 나이순이라는 말이 될 수 있어서다. 협상 경험이 풍부하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초보자는 철저한 협상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협상 이슈에 대한 지식은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얻어진다. 그러니 논외로 칠 수 있다. 배 대표는 "협상은 준비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싸움"이라며 "협상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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