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대법원 최종 선고공판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렸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3월~8월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1심은 한만호 전 대표가 법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제공했다는 검찰수사 당시 진술을 번복해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한만호 전 대표가 검찰수사 당시 진술한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 8천만 원을 선고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지난 2013년 9월 상고된 뒤 대법원 2부가 심리해오다, 이후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한편 이날 전원 합의체로 회부된 한명숙 전 총리 선고공판은 대법관 8대 5의견으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설사 당시 검찰이 한만호씨 동료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시켜 한 전 총리에게 유죄가 선고되도록 한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허위로 번복한 것을 증명하려 했다고 해도, 한 전 총리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객관적 증거는 별도로 존재한다.
한 전 총리가 기소된 사실은 1차로 2007년 3월 말경 거주하던 경기 고양의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 한만호씨로부터 여행용가방에 담긴 현금 1억5000만원과 1억원짜리 수표 한장 그리고 5만 달러를, 2차로 2007년 4월말 한 전 총리 아파트에서 1억3000만원과 17만4000달러를, 3차로 2007년 8월말 2억원과 10만3500달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씨도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면서도 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인정했다. 한씨는 9억원을 한 전 총리가 아니라 지역 사무실을 맡던 한 전 총리의 비서실장에게 빌려주거나 공사수주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썼다고 했다.
한만호씨는 아버지 소개로 본관이 같았던 한 전 총리를 처음 만난 뒤 자신 소유 건물의 사무실을 한 전 총리 지역 사무실로 시세의 반값에 임대해 준 것을 계기로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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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이 인정한 결정적 증거 중 하나는 한 전 총리 친동생이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준 1억8900만원 중 한씨 측이 은행에서 발급받은 1억원짜리 수표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동생은 1억원짜리 수표를 한 전 총리 비서실장에게 빌렸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사건이 보도된 후 수표의 최종 소지인에게 수표 사본을 받아 언니인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만호씨가 은행에서 발급한 1억원 짜리 수표를 한 전 총리 동생이 전세금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 동생이 한 전 총리 비서실장으로 부터 빌린 뒤 4장의 수표로 갚았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증거도 없었을 뿐 아니라 둘 사이에 이전에 금전거래도 없었고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어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전 총리가 아니라 비서실장에게 3억원을 빌려줬다는 한씨의 법정 진술도 거액을 빌려주면서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과 1억원짜리 수표로 줬을 가능성이 낮단 점에서 법원에서 배척됐다.
게다가 2008년 8월27일 한씨가 입원한 병실에 한 전 총리가 병문안을 온 다음날인 28일 2억원이 현금으로 비서실장에 의해 한씨에게 반환되고 그 직후 한씨와 한 전 총리가 통화를 한 기록도 입증됐다. 한 전 총리가 불법자금을 받았던 당사자였기 때문에 한씨 병문안 직후 2억원이 급하게 반환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법 판결에서 다수의견에 반대의견을 냈던 5명의 대법관조차 총 9억원 중 3억원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대법 판결에 반대의견을 낸 5명은 나머지 6억원까지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고 인정하기에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