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협=네이버' 시선 불편했나...협회장 선임에 설왕설래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1.03.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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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인기협, 20년만에 내부인사 협회장 선임...네이버 등 기업들 회장사 부담 느낀 듯

한성숙 네이버 대표.한성숙 네이버 대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가 18일 내부 인사인 박성호 사무총장을 협회장으로 선출한 것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전임 회장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결과 아니냐는 해석이다.

인기협, 업계 권익 위해 정부·국회에 쓴소리...회장사 네이버도 부담된 듯
18일 박성호 사무총장이 14대 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인기협 설립 20년만에 협회 사무국 출신 첫 상근 회장이 탄생했다. 인기협은 "사무총장으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고 있는만큼 안정적이고 주도적으로 협회를 운영할 수 있는 내부 인사가 더 적절하다는 회원사 대표들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인기협은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국내 주요 인터넷, 게임사들이 속한 단체다.



각종 산업을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협회의 회장은 회원사 대표가 맡는게 통례다. 인기협 역시 그간 회원사 대표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인기협은 초대 이금룡 회장(옥션대표 이하 당시직함)을 시작으로 이강인 회장( 예스24 대표), 허진호 회장(네오위즈 대표), 박주만 회장(이베이코리아 대표)이 역임했다. 네이버는 2013년 4월 김상헌 전 대표에 이어 한성숙 대표까지 7년간 회장을 맡아왔다. 네이버가 아니라도 현재 인기협 수석부회장(여민수 대표) 카카오나 우아한형제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회장사를 맡을 만한 기업들이 즐비하지만 나서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기협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것과 이번 회장 교체가 무관치않다고 본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인앱결제 강제정책, 전자상거래법, 이익공유제 등과 관련해 인기협이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왔는데 그렇다보니 정부, 국회와 마찰이 잦았다. 업계의 명운이 달린 사안들인지라 인기협은 정부, 국회를 향한 수위높은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인기협은 포털 뿐 아니라 게임, 배달앱까지 아우르며 ICT산업보호를 위해 핏대를 세웠는데, 때론 비난의 화살이 회장사인 네이버로 돌아가기도 했다. 인기협은 곧 네이버라는 시선 때문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신임 협회장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신임 협회장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인기협=네이버" 시선 불편했나..."회장직 부담 컸을 것"
지난해 10월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국회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돌발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가 국회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을 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인기협이 추진했다. 인기협은 회장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국회로 영향력을 뻗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포럼 출범 전에 인기협이 포럼대표 선임과 운영 계획 등을 세웠다는 것을 빌미로 네이버가 국회를 ‘배후조종’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포럼은 여야 의원 모두 대표로 참여했던 만큼 억측이었지만 네이버와 인기협은 해명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일련의 소동과 의혹어린 시선때문에 네이버가 회장에 부담을 느꼈고, 다른 기업들도 나서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정 기업이 회장사를 맡는 것보다 내부인사가 맡는 게 대외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어느 협회나 회장사의 부담이 크지만 규제강도가 거센 인기협의 경우 더욱 심했을 것"면서 "한 대표가 4년동안 장기간 회장을 맡아 피로감이 컸던 가운데 자칫 회장사가 타깃이 될 수 있어 손들고 나선 기업이나 인사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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