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6000만원' 몸값 치솟는 IT개발자…스타트업은 웁니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3.19 05:19
글자크기
프랑스 파리 코딩 교육기관 에꼴42 /사진=파리(프랑스)=이해인프랑스 파리 코딩 교육기관 에꼴42 /사진=파리(프랑스)=이해인


'IT개발자 모시기'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전문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가 블랙홀처럼 개발자들을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이들 대형 IT·게임사는 신입 초봉을 5000만~6000만원선으로 제시하는 파격 조건 등으로 업계 연봉 인상에 불을 붙였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개발자 채용 및 유지를 위해 다른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발자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근무환경 개선, 교육 기회 확대 등 복지 수준을 높이는 식이다. 직접 개발자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가뜩이나 심한 기업간 전문인력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IT·게임업체 잇딴 연봉 인상…개발자 블랙홀 된 '네카라쿠배당토'
'초봉 6000만원' 몸값 치솟는 IT개발자…스타트업은 웁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었다. 대형 IT업체들의 개발자들은 5년차 정도부터 이미 1억원 이상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게임업체도 연봉 인상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개발한 크래프톤은 최근 개발자 연봉을 일괄적으로 2000만원씩 인상했다. 엔씨소프트는 개발직군 연봉을 1300만원씩 올렸다. 신입 초봉은 5500만원부터 상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넥슨과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은 개발직군을 포함해 전직원 연봉을 800만원 안팎으로 상향했다.

쿠팡, 우아한형제들도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올려잡았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경력 개발자에게 직전 연봉의 1.5배를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최근엔 스타트업들까지 연봉 인상 랠리에 가세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부릉), 리디(리디북스), 직방 등도 5000만~6000만원선 초봉과 사이닝보너스 5000만원 등 파겨족인 채용 조건을 내걸며 인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자금력 부족한 스타트업, '연봉 말고 전부'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다른 방안들 내세우고 있다. 당장 연봉은 못 올려줘도 원하는 모든 지원을 한다는 복안이다. 소상공인 매장 솔루션 스타트업 '스포카'는 개발자 중심 조직문화를 구축 중이다. 개발자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와 기술 커뮤니티 및 인프라를 지원한다. 특히 개발자들은 회사의 핵심 자산인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해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최재승 스포카 대표는 "개발자들이 그동안 기업용(B2B) 서비스로 쌓은 방대한 데이터 인프라에 더해 신규 개발 도구·언어 등을 써볼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며 "다른 회사들과 달리 개발자가 직접 제품을 기획·구상까지 참여해 남들보다 앞서 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세무회계 플랫폼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는 개발자 등의 연봉협상을 연 2회씩 진행한다. 또 상·하반기 1회씩 월 급여의 100~200%에 해당하는 인센티브와 월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개발자 조직도 실리콘밸리식으로 운영한다.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 '애자일' 조직구조로 개발자들이 다른 부분에 신경쓰지 않고,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올인원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사내 개발자들이 직접 다른 개발자를 영입할 수 있게 했다. 직원이 개발자를 추천해 1년 이상 근무하면 최대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인재 추천제도를 운영 중이다.


'필요 인력 직접 키우자'…합동 '해커톤'·자체 교육 프로그램 운영
브랜디 비전공자 개발인력 양성 프로젝트 참가자들/사진제공=브랜디 브랜디 비전공자 개발인력 양성 프로젝트 참가자들/사진제공=브랜디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브랜디'는 지난해부터 코딩 교육업체 ‘위코드’와 연계해 비전공 신입 개발자를 양성해왔다. 개발인력 수요를 직접 충당하겠다는 전략이다. 매달 10명 이상의 교육생을 받아서 실무에 투입, 프로젝트 평가를 거쳐 채용 중이다.

업체들이 직접 개발자들을 발굴하는 '해커톤' 대회도 열린다. 왓챠·쏘카·오늘의집·마켓컬리·브랜디·번개장터는 이달 20일, 27일 이틀에 걸쳐 '스타트업 코딩 페스티벌 2021' 행사를 공동 개최한다. 차세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꼽히는 6개 기업이 주도해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발굴·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참가자 규모는 1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해커톤 운영 관계자는 "최근 모든 업계에서 개발자들이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개발자들이 많다"며 "이번 대회는 개발자들이 필요한 국내 대표 스타트업과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개발자 쏠림에 '양극화' 우려 커져
여러 자구책에도 업계에서는 개발자 인력 이탈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설립 2년차에 접어든 한 이커머스 스타트업 대표는 "현재 전체 인원 4명 중 2명이 주니어급 개발자인데, 당장이라도 나간다고 하면 인간적인 호소말고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아예 회사를 접고 개발자로 재취업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내부 조직원간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는 말도 나온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관리부서에서 5년째 근무 중인 한 매니저는 "개발자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다른 부서에서도 연봉에 대한 불만과 인상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작 회사 실적은 그대로 적자 상태인데 괜히 더 어려워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