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美연준보다 낫다"···한은 조기등판에 한숨 돌린 시장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1.03.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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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美연준보다 낫다"···한은 조기등판에 한숨 돌린 시장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1~2년물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량을 2조8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50% 줄인 데 대해 시장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시장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한은의 시장안정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권 3년물 금리는 1.181%로 이틀 전(15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238%)에 비해 0.043%포인트 하락했다. 수급 부담이 줄어들면서 금리 급등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1.2%대 뚫은 단기물…"FOMC 전이라도 개입 필요했을 것"
한은이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회의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최근 단기물 채권금리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5일까지 1.066%던 3년물 금리는 9일 1.206%로 2거래일만에 0.140%포인트 급등했다. 금융안정을 책임지는 한은으로서는 은행채·회사채 등이 몰려있어 가계·기업의 이자비용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단기채 금리를 두고보기만 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한은은 최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오며 꾸준히 시장 개입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은이 통안채 발행량 발표 직전까지 금리 상황을 체크한다며 전화를 걸어왔다"며 "FOMC 결과나 그로 인한 시장 변동을 기다리기 전에 할 수 있는 부분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금리 추세를 완전히 되돌리진 못했지만 개입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은 미국시장의 영향과 추가경정예산 등에 따른 수급 이슈로 당국의 정책이 없으면 자생적으로 안정화될 수 없는 상태"라며 "한은이 통제의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줬다"고 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채권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시장상황에 대한 빠른 대처 등을 보면 현재로서는 한은이 연준보다 더 시장 친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추세 바꿀 수 있는 건 연준 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뉴스1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뉴스1
그러나 한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채권시장이 안정되려면 연준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의 변동성이 높아 한은 조치의 효과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오창섭 연구원도 "현재 채권시장의 추세를 좌우 할 수 있는 것은 연준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FOMC 결과로 인해 금리가 급변동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금리가 특정수준에 도달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시장이 급격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면 금융안정 차원에서 한은이 시장에 또 개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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