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달래기?' 주가방어용 무상증자 나선 제약·바이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1.03.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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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15곳 무상증자 결정

'주주 달래기?' 주가방어용 무상증자 나선 제약·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라 무상증자를 결정하고, 해당 기업의 주가 급등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무상증자는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이지만, 업체들이 손쉽게 주주를 달래거나 주가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 업체 중 무상증자를 결정한 곳은 15곳에 이른다. 지난 1월에는 셀리버리 (6,680원 ▼2,850 -29.91%), 제넨바이오 (389원 ▼2 -0.51%), 지난달에는 에이치엘비 (113,300원 ▲3,600 +3.28%), 아이큐어 (2,055원 ▼10 -0.48%), 국제약품 (5,720원 ▼80 -1.38%) 등 6곳이, 이달 들어서는 화일약품 (1,670원 ▼2 -0.12%), 제이브이엠 (28,250원 ▲100 +0.36%), 알테오젠 (207,000원 ▼500 -0.24%), EDGC (481원 ▼1 -0.21%) 등 7곳이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무상증자는 기업이 주식대금을 받지 않고 주주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주주 입장에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무상증자를 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자본금이 늘어나게 된다. 늘어나는 자본금은 보유 자산을 재평가할 수 있고, 지출 없이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 무상증자는 간편한 주가방어 수단이다. 시장에서는 무상증자를 호재로 받아들여 주가가 상승한다.

실제로 무상증자 결정을 발표한 제약·바이오 업체 15곳 중 2곳을 제외하고 모두 발표 당일 주가가 상승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 2월15일 무상증자 결정 공시일 당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화일약품} 주가는 22.43% 상승했고, {유유제약}은 21.77%, 알테오젠은 19.83% 올랐다. 셀리버리, EDGC의 주가도 10% 이상 급등했다.


지난 10일 알테오젠은 지난해 7월 100% 무상증자 단행 후 8개월 만에 50%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과 왜곡된 내용의 정보로 인해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번 무상증자는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허위공시 논란으로 휘청이던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생명과학 (21,900원 ▲500 +2.34%)의 주가는 지난 달 26일 무상증자 결정 공시 당일 각각 8.72%와 17.04% 올랐다.

무상증자 결정 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되풀이되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상증자가 기업 가치와 관계없이 주가를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무상증자를 결정한 업체들의 무상증자 비율은 대부분 50% 이상이다. 15개 업체 중 무상증자 비율이 50%인 곳은 4곳, 100%인 곳은 6곳이다. 동구바이오제약과 화일제약은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2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주주 가치 제고보다는 주가방어나 상승을 목적으로 무상증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동들로 인해 또다시 제약·바이오 업계의 투명성 문제가 불거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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