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바이오 신약, 4조 美 시장 진입 마지막 단추 채운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3.1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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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미약품 바이오 신약, 4조 美 시장 진입 마지막 단추 채운다


한미약품 (310,000원 ▼5,000 -1.59%)이 개발한 호중구(호중성 백혈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시판 허가를 위한 마지막 단추가 채워진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미국 공무원 여행 제한 조치 탓에 잠정 연기됐던 롤론티스 제조 시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가 5월 중 진행돼서다. 실사 후 FDA 최종 허가를 받게 되면 롤론티스는 4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시장을 겨누게 된다.

한미약품은 FDA로부터 롤론티스 원액을 생산하는 평택 바이오플랜트에 대한 '승인 전 실사(pre-approval inspection)'를 5월 중 진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스펙트럼도 지난 16일 이같은 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지했다.



평택 실사는 롤론티스 미국 시판 허가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임상 3상을 모두 마친 뒤 FDA에 허가신청까지 내 놓은 상태였지만 감염병 국면 탓에 생산 공장에 대한 실사단 방문이 지연되고 있었다. 오는 5월 실사를 마치게 되면 곧바로 FDA 허가 심사단계에 들어간다. 이르면 연내 허가가 예상된다.

롤론티스는 호중구감소증의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되는 바이오 신약이다. 호중구감소증은 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체내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호중구는 박테리아 등 외부 감염원을 공격하는 일종의 백혈구. 환자 면역력이 떨어지면 합병증으로 항암 치료를 이어갈 수 없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를 함께 사용한다.



이 신약에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이 플랫폼은 환자 체내 의약품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롤론티스에 '약효 지속형 신약'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는 이유이며 롤론티스가 경쟁 약물로 꼽히는 페그필그라스팀 (제품명 뉴라스타) 대비 경쟁력을 갖춘 부분이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이 신약을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판권은 한미약품이 갖고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 판권은 스펙트럼이 소유하는 계약이었다. 한국 판권을 가진 한미약품은 지난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하고 공장 실사도 받은 상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연내 롤론티스 동반 허가가 기대된다.

롤론티스가 공장 실사와 허가 단계를 넘어 미국 시장에 풀리게 되면 4조원 이상의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경쟁 약물인 페그필그라스팀 (제품명 뉴라스타)의 연간 미국 매출 규모가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랩스커버리 플랫폼에 탑재된 롤론티스는 임상 과정에서 페그필그라스팀과 효과는 비슷하면서 위험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롤론티스가 4조원 미국 시장에서 처방 매출을 일으키게 되면 한미약품은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러닝로열티(경상기술료)로 스펙트럼으로부터 받게 된다.


실사 후 시판허가를 받게 되면 당장 100억원 이상의 현금도 한미약품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의 구체적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스펙트럼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롤론티스 미국 시판 허가시 한미약품에 1000만달러(약 113억원)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롤론티스 평택 공장 실사 시간표 확정에 따라 한미약품은 최근 FDA로부터 패스트트랙(FastTrack)으로 지정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과 함께 신약 관련 희소식을 연이어 받아들게 됐다. 패스트트랙은 중요한 신약을 조기에 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FDA가 시행하는 절차 중 하나다. FDA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약물의 허가를 위한 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한다. 포지오티닙 시장화 시점이 그만큼 앞당겨지게 된 것.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사장)는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롤론티스 생산 공장에 대한 FDA 실사 일정이 확정돼 기쁘다"며 "실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 미국에서 빠르게 시판허가를 획득하고 이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한국의 첫번째 바이오신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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