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투자해라" 코로나 이긴 효성 조현준의 '뚝심'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3.1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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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투자해라" 코로나 이긴 효성 조현준의 '뚝심'


효성그룹이 세계 1위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코로나19(COVID-19)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가장 잘하는 사업에 집중한 조현준 회장의 선제적 대응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나타날 전망이다. 효성의 미래먹거리 '탄소섬유'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며 실적에 힘을 보탠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효성 (62,300원 ▲4,800 +8.35%)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한 530억원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영업이익 409억원보다도 나아진 실적이다. 증권가에선 실제 영업이익은 추정치를 웃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효성의 주력 4개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도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효성그룹의 실적을 견인하는 사업은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사업이다. 효성티앤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한 1514억원으로 추정된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은 연 14만t(톤)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33%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요가복, 실내복, 마스크 이어밴드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데 코로나19로 실내 운동복의 수요가 늘면서 스판덱스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의류 샘플까지 못 만들 정도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끄덕없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스판덱스는 조석래 선대 회장(현 명예회장)이 뿌리고 조현준 회장이 함께 키웠다. 조 명예회장은 1992년에 스판덱스를 효성의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독자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다른 기업들은 해외 기술을 들여와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다. 효성그룹은 1999년 상용화가 되기까지 7년 동안 기술 개발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은 효성만의 기술이 있어야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기술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조 명예회장 뜻대로 효성그룹은 고객 수요에 맞춰 다양한 스판덱스를 제때 생산할 수 있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기업이 됐다. 여기에 조현준 회장이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베트남, 터키, 브라질 등에 공장을 세우고 스판덱스 사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면서 세계 1위로 자리 잡게 됐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변화의 시기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아야 한다"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말 스판덱스 수요가 늘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터키와 브라질 공장을 추가 증설하기로 했다. 브라질 공장은 올해 12월 증설이 완료되면 연 생산 능력이 기존 1만2000t에서 2만2000t으로 증가한다. 터키 공장도 올해 7월부턴 기존 2만5000t에서 4만t으로 생산량이 확대된다.


효성그룹의 신성장동력 '탄소섬유'도 올해부터 본격 수익을 창출한다. 탄소섬유 역시 국내에선 효성만 하고 있는 신사업이다. 조현준 회장은 2008년부터 탄소섬유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해 자동차 강판을 대체할 소재로 꼽힌다. 특히 최근엔 수소연료탱크로 사용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2008년 당시 국내 다른 대기업들도 탄소섬유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밀어 붙인 건 조현준 회장이 유일했다. 덕분에 효성그룹은 국내 유일 탄소섬유 업체로 자리 잡았고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당초 효성은 2030년부터 탄소섬유 사업에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미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부터 수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탄소섬유 가격이 안정되면 자동차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탄소섬유의 용도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매년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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