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딸은 몰랐다? 진짜 손녀는?…'구미 외할머니' 의문점 셋

머니투데이 김소영 기자 2021.03.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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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실화탐사대'가 유튜브를 통해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캡처MBC '실화탐사대'가 유튜브를 통해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캡처


'구미 외할머니'는 자신의 친딸이 아닌 손녀를 숨겼고 함께 사는 남편은 아내의 임신·출산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 딸은 여동생과 자신의 아이가 바뀐 것을 몰랐다.

외할머니 A씨(49)가 '친모'로 밝혀진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단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구미 아기 바꿔치기'에 대한 의문점 3가지를 짚어봤다.

함께 사는 남편, 아내 임신·출산 사실 몰랐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4일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남편은 참고인 조사에서 "아내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부부는 초혼이며 결혼 후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계속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남편이 아내 A씨의 임신·출산을 어떻게 모를 수 있었는지, A씨는 이 사실을 어떻게 남편에게 숨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A씨 남편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임신이라는 게 한 달만에 출산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신체적인 변화 등 여러 가지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거인인 남편이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끝까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A씨의 체격이 워낙 왜소하기 때문에 잘 가리고 다니면 모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남편과 아내이지 않느냐. 임신과 출산을 몰랐다는 말은 성립하지가 않는다"며 "A씨 부부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 거짓말을 끝까지 하면서 우기는 이유는 대체 뭐냐"고 했다.



친정 가기 전 산후조리원서 딸과 함께 있었던 언니, 아이 바뀐 줄 몰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딸 B씨(22)는 출산 뒤 산후조리원을 거쳐 친정에 아기를 맡긴 후 몸조리를 했다. 경찰은 부적절한 관계로 임신 사실을 숨겨왔던 A씨가 마침 여아를 출산했고 B씨가 비슷한 시기에 여아를 낳자 두 아기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가 몸조리를 위해 친정에 머무는 동안 A씨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손녀로 둔갑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한 시민들은 "B씨가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랑 긴 시간을 함께 보냈을 텐데 이후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MBC '실화탐사대'가 유튜브를 통해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캡처MBC '실화탐사대'가 유튜브를 통해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캡처
이에 일부 전문가는 갓 태어난 영아의 경우에는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갓 태어난 영아의 경우엔 이목구비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의심이 없는 상황에서 B씨의 입장에선 내 아이라고 믿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승 연구위원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아이가 이미 바뀌었다면 그 이후에는 충분히 모녀지간의 관계가 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왜 굳이 친딸이 아닌 손녀를 숨겼을까
A씨가 왜 친딸이 아닌 손녀를 숨겼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의도치 않게 아이를 낳았다면 다른 곳에 맡길 수 있는데 왜 굳이 딸 B씨가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했느냐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왜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그 언니한테 키우도록 바꿔치기했을까'란 진행자의 질문에 "우리의 상식적인 테두리 내에서 그걸 이해하려고 하면 절대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이유로 딸 B씨가 '아이 바꿔치기' 과정을 알고 A씨와 공모했을 가능성이 절반 정도 있다고 봤다.



그는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숨진 아이가 본인의 딸인 줄 알고 키웠다고 했다"며 "그런데 아이에게 애착을 못 느끼고 내버리고 나가서 결국 아이가 혼자 있다가 사망했다는 건데 그럴 수가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키웠다면 애착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며 "아이에게 정 붙이기가 어려워 그냥 집을 뛰쳐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세 살배기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북 구미경찰서에 구속 수감됐던 20대 여성이 지난달 19일 오후 살인, 아동복지법 등 기소 의견으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이후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여성은 아이의 친모가 아닌 언니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세 살배기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북 구미경찰서에 구속 수감됐던 20대 여성이 지난달 19일 오후 살인, 아동복지법 등 기소 의견으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이후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여성은 아이의 친모가 아닌 언니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
20대 초반의 나이에 여동생을 딸처럼 키우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던 B씨가 결국 아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의문은 남는다. B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내고 엄마가 낳은 아이, 즉 나이차 많이 나는 여동생을 기꺼이 키우려 했겠냐는 것이다.

B씨가 어린 나이에 출산해 육아를 힘들어했다 해도 여동생보다는 자기 딸을 키우려 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도저히 상식선에서는 이해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B씨가 낳은 '진짜 딸'의 소재는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아이가 숨졌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난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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