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여성 사외이사' 의무화…금녀장벽 깰까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1.03.1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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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는 상장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다. 주주들에게 한 해 경영성과를 보고하고 배당을 확정할 뿐 아니라, 회사를 이끌어갈 새로운 임원을 선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업목적과 정관도 주총을 거쳐야 바꿀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자본시장의 판이 크게 재편됐고 기업들의 내부사정도 많아져 주총이 갖는 무게감이 더해졌다. 주요 기업들의 주총현장에서 나타난 특징과 이슈를 정리해본다.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대기업, 금융회사 등이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 또는 자본금 2조원 이상인 모든 상장사는 남성 또는 여성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한다.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8월부터면 핑계를 댈 수도 없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가 지난달 공개한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0대 기업 사외이사 441명 중 남성이 406명으로 92.1%을 차지했다. 여성은 35명으로 7.9%에 그쳤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1명이라도 있는 곳은 30곳이다. 7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가 전무했다. 다만 법 시행을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이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상장사들도 개정안 시행에 맞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이정미, 박순애 두 여성 후보를 포함했다. LG그룹도 (주)LG, LG유플러스 등 5개사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변화를 꾀한다.

기아차도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대모비스는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유리천장을 극복하는 노력이 시작된 셈이다.

한화그룹 주요 상장사들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 (주)한화는 박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를 추천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현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선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할 계획이다.


GS건설도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다양한 업계에서 사상 최초 여성 이사 선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역시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집중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KB·신한·하나는 이미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KB금융은 최명희·권선주 이사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뒀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윤재원 홍익대 교수를 선임했다.

하나금융은 차은영 사외이사가 올해 6년 임기를 채워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여성 사외의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이사회 내 여성이 없다. 올해 재선임하는 사외이사 4명 모두 남성이다.

지방 금융지주 3사도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전부 현재 남성 사외이사들로 꾸려졌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도 남성으로 교체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이사 선임 비중은 매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낮은 비중”이라며 “여성이사의 선임은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를 통한 효과적인 감독기능 수행으로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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