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밤 늦게 다니지마"…영국 '발칵' 뒤집힌 이유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2021.03.14 10:25
글자크기
영국 런던 시민들이 SNS에 '#shewaswalkinghome' 해시태그를 올려 길에서 납치돼 살해된 30대 여성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영국 런던 시민들이 SNS에 '#shewaswalkinghome' 해시태그를 올려 길에서 납치돼 살해된 30대 여성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여성들에겐 길거리가 안전하지 않다"

"딸을 지키는 대신 아들을 교육 시켜라"

"남성의 통금시간을 6시로 하자"



영국 런던에서 30대 여성이 남성 경찰에 의해 납치·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자 영미권 여성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가 여성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이 여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30대 여성, 경찰에 의해 납치돼 숨졌다…#shewaswalkinghome
영국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국의 마케팅 전문가 사라 에버라드(33)는 지난 3일 밤 런던 남푸 클래펌의 친구 집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이후 지난 10일 마지막 목격 장소에서 80㎞ 떨어진 동부 켄트주 인근 숲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에버라드의 실종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여성들은 SNS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유하고 그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혼자 길을 걸을 때 위협이나 공격을 받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두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경찰은 용의자 웨인 쿠전스(48)를 납치 혐의로 체포한 뒤 살인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더욱이 기소된 용의자 쿠전스가 런던 경찰관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들의 공분이 더 커졌다. 쿠전스는 정부청사·의회·외교 관련 건물 경비를 맡았던 경찰로 확인됐다.

누리꾼들은 '#shewaswalkinghome'(그녀는 집으로 걷고 있었다)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있다.


에버라드의 죽음, 밤 늦게 돌아다닌 잘못?…뿔난 영국 여성들 집회 준비
13일 영국 런던에서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여성의 사회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13일 영국 런던에서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여성의 사회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일각에서는 여성이 밤늦게 귀가한 게 잘못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일부 경찰들은 여성들에게 밤에 혼자 외출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자 여성들이 밤에 혼자 길을 걷지 못하는 건 사회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여성들은 13일 밤 에버러드를 추모하고 여성의 사회적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의미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해당 집회는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개최가 금지됐으나 주최자들은 집회를 강행했고, 집회에는 많은 여성들이 모였다. 주최자들은 "우리는 당신이 입는 옷, 사는 곳, 낮과 밤에 상관없이 거리는 여성에게 안전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집에 걸어 갈 때 밝은 색을 입을 필요가 없고 안전함을 느끼기 위해 주먹으로 열쇠를 움켜 잡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영국 여성들은 "딸을 지킬 게 아니라 당신의 아들을 교육시켜라", "여성이 밤에 집에 혼자 가는 게 언제쯤 안전해질 수 있을까", "왜 여성들은 밤에 혼자 안전하게 길을 걷을 수 없나", "나는 용감한 게 아니라 안전해지고 싶다", "나는 안전하게 길을 걷고 싶다" 등의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남성 6시 이후 통금' 주장한 녹색당 의원…"여성들 집에 있으라는 경찰 요구와 같은 것"
영국 상원 토론회에선 녹색당 제니 존스 의원이 "런던 거리에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오후 6시 통금을 시행해 여성을 더 안전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존스 의원은 12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혀 진지한 제안이 아니며 정당 정책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단지 경찰이 여성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요구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한 것에 대응한 것 뿐"이라며 "내가 경찰과 같은 것을 제안했을 때 남자들은 격분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