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연금,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 찬반 16일 결정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심재현 기자 2021.03.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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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하루 전날 수책위 긴급 회의…ISS '반대' 권고-대신 '찬성' 권고 두고 격론 예상

[단독]국민연금,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 찬반 16일 결정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 사외이사 연임안 등을 두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 가운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가 긴급회의를 열어 안건에 대한 찬반을 논의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는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하루 전날인 16일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 3명의 연임 안건과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찬반 결정을 수책위에 의뢰하기로 했다. 투자위가 안건을 넘기면 수책위는 곧바로 회의를 소집해 찬반 여부를 논의, 결정할 예정이다.

투자위는 지난 12일 ISS의 안건 반대 권고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수책위에 찬반 결정을 넘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3월12일 보도 '[단독] 삼성 사외이사 연임 '비상'…자문사 반대 권고' 참조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은 대개 투자위가 심의해 결정하지만 투자위 차원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나 수책위 9명의 위원 중 3명 이상이 수책위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사안 등은 투자위가 아닌 수책위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엇갈린 자문사 권고…"격론 예상"
왼쪽부터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머니투데이 포토DB왼쪽부터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머니투데이 포토DB

문제가 된 삼성전자 주총 안건은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재선임 안건과 김선욱 사외이사(이화여대 전 총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다.

국민연금의 공식 의결권 자문사 2곳 가운데 해외 자문사인 ISS는 반대 의견을, 국내 자문사인 대신경제연구소는 찬성 의견을 권고한 상태다.

ISS는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돼 활동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신경제연구소는 이들의 과거 이력이나 활동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ISS와 대신경제연구소의 권고를 토대로 내부 기준에 따라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낼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최근 주요 기업 주총 안건에 대한 수책위의 결정을 돌아보면 격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책위는 지난해 10월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안건과 올 1월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위한 정관 개정 안건 등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달 들어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 연임 안건에 대해서는 중립 입장을 냈다.

개정 상법 맞물려…가결 가능성 높지만 삼성도 안심 못해
국민연금공단 전경국민연금공단 전경
삼성전자 주총에서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적은 아직 없다. 2018년 주총에서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이 61.6%의 찬성률로 통과된 게 역대 최저 찬성률이다. 당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사외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결권을 안전선까지 확보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다.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회 이사와 별도로 분리해 선임하고 이사로 선임할 때부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주주별로 각각 최대 3%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 상법이 변수다.

본래 20%를 넘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의결권이 올해 주총부터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는 개정 상법에 따라 12%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전반적인 상황은 가결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의 가능성을 두고 삼성전자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한 인사는 "당초 삼성전자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가 이달 초 ISS가 예상치 못한 반대 의견 권고를 내놓자 상당히 당황한 것으로 안다"며 "올 주총에서 처음 적용되는 개정 상법과 맞물려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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