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잡아라" 전세계가 물류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정인지 기자, 김소연 기자, 정혜윤 기자 2021.03.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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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경영진이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과 배송직원, 오픈마켓 셀러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무대 위에는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서 있다.(사진 왼쪽부터)  2021.03.11 / 사진제공=쿠팡쿠팡 경영진이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과 배송직원, 오픈마켓 셀러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무대 위에는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서 있다.(사진 왼쪽부터) 2021.03.11 / 사진제공=쿠팡


코로나19(COVID-19)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유통 물류센터 투자와 관련된 리츠(RIETs·부동산투자전문회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경제 회복이 점쳐지면서 물류센터 임대료 상승과 높은 배당수익률로 물류 리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커머스 시대..물류센터 투자에 꽂혔다
리츠의 주요 수입원은 임대료 수익인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호텔 및 오피스 투자 리츠는 임대료를 받기 어려웠다. 반면 물류 수요가 늘면서 물류리츠는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리테일과 오피스에 투자한 리츠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 곳도 있다"면서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로 물류 리츠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외형도 성장해 안정적으로 배당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소식에 물류리츠가 주목받고 있다. 물류센터는 그동안 투자 규모가 크고 진입 장벽이 높아 기관투자가들 영역이었다. 실제 국내 물류센터 중 70% 이상이 해외 기관투자가 위주로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ESR켄달스퀘어가 한국에선 처음으로 물류센터를 자산으로 하는 리츠를 코스피에 상장시키면서 개인들도 물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13개의 리츠가 있는데 이 중 ESR켄달스퀘어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절반이 넘는 7개 리츠는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만큼 부진하다.


지난해 12월23일 상장한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상장이후 주가가 15.7% 상승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5일에는 63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ESR 켄달스퀘어리츠의 기초자산은 총 11개의 물류센터로 고양시, 용인, 부천 등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마켓컬리와 쿠팡 등 e커머스 기업이 주요 임차인이다. 특히 임대면적 절반을 쿠팡이 임차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쿠팡의 수혜주로 떠올랐다.

물류센터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요 리츠들이 최근 물류센터를 자산에 적극 편입하고 있다. 증시 호황기에 배당주 성격의 리츠가 장기간 외면받자 인기 대체투자 자산인 물류센터를 앞세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겠단 전략이다.

"물류센터 잡아라" 전세계가 물류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경기 여주에 있는 물류센터를 새로운 자산으로 편입할 계획이다. 이지스밸류리츠가 편입할 여주 물류센터도 쿠팡이 전량 사용 중이다. 국토교통부 심사가 마무리되면 이 리츠는 기존 자산인 서울 태평로빌딩과 함께 물류센터도 확보하게 된다.

롯데리츠도 이달 추가로 편입할 자산 목록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보유한 김포 물류센터를 포함시켰다. 오는 16일 유상증자로 3475억원을 확보해 해당 물류센터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아울렛 등 여러 유통매장을 살 예정이다.

"물류센터 잡아라" 전세계가 물류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리츠도 물류센터에 집중하고 있다. NH리츠운용은 상장을 추진 중인 NH올원리츠에 이천 도지물류센터를 지난해 말 새 자산으로 편입했다. 이로써 사무용빌딩인 성남 분당스퀘어와 서울·수원 엠디엠타워로 구성됐던 자산 목록이 더욱 다양해졌다. 당초 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공모 규모도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NH리츠운용은 빠르면 상반기 중 NH올원리츠을 상장할 계획이다.

SK디앤디도 지난해 서울 사무용빌딩인 영시티빌딩을 담고 있던 디앤디플랫폼리츠에 물류센터를 추가했다. NH투자증권이 보유한 일본 아마존 물류센터 수익증권을 매입해 자산 규모를 키웠다. SK디앤디는 올 상반기 디앤디플랫폼리츠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이후에도 개발 중인 물류센터를 해당 리츠에 추가로 편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물류센터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쿠팡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최근에야 주목한 시장이지만 기관이나 큰 손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물류센터를 유망 투자처로 찜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록 물류센터 확보전이 치열해진다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최근 들어선 쿠팡, SSG닷컴 등 직접 배송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 물류센터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제살깎기 수준의 최저가 경쟁을 내려놓고 배송 차별화 전략을 앞세우면서 물류 패러다임이 제3자 물류에서 직접물류, 혹은 4자물류(포괄물류서비스)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머커스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CJ대한통운 등 전문물류업체에 물류를 위탁하는 제3자물류를 택했다. 그러나 쿠팡 로켓배송, 마켓컬리 새벽배송 등 배송서비스 차별화가 곧 경쟁력이 되면서 직접물류나, 전문가가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4자물류를 선택하는 곳들이 늘었다. 물류센터의 역할도 물건을 적재했다 운반하는 단순 기착지에서 종합물류 서비스센터로 진화하고 있다.

물류창고는 많지만 스마트 물류센터는 아직 부족해 투자가 유망하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대체투자본부장은 "비대면 문화의 편리함을 경험한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갈 순 없고, 편리함을 지속해서 안겨주려면 물류도 발전할 수 밖에 없다"며 "물류센터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는데, 단순 물류창고가 아닌 첨단 시스템을 갖춘 물류센터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경민, 김소연 기자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물류리츠에 열광
코로나19(COVID-19) 이후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전세계 물류 센터 쟁탈전이 치열하다. 물류센터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주는 물류 리츠도 덩달아 뛰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으로 물류센터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EPRA(유럽상장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리츠 시장 규모는 미국이 1조2060억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1402억달러), 호주(1074억달러), 싱가포르(752억달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리츠 시장은 39억7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물류리츠 순위도 전체 시장 규모와 비슷하다. 글로벌 산업(물류) 리츠는 미국 13개, 일본 9개, 싱가포르 9개가 상장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상장됐다.

물류리츠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중요한 금융상품이 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자상거래액은 8611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4%가 급증했다. 이는 최근 20년간 가장 빠른 성장세다. 코로나19로 쇼핑센터, 주거 리츠 등은 크게 충격을 받은 반면, 물류리츠들은 물류센터 추가 편입으로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물류리츠의 투자 성과도 시장 수익률을 이기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 물류리츠의 최근 5년간 연 평균 총수익률은 21.5%(주가 18.3%, 배당 3.3%)에 달한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지수의 연 평균 총수익률 15.6%를 웃돌고 있다.

일본 물류리츠 상위 4곳의 5년간 연평균 총수익률도 14.7%(주가 12.1%, 배당 2.6%)로 같은 기간 토픽스 지수의 연 평균 총수익률 6.1%을 이겼다. 싱가포르에서도 물류리츠의 5년간 연 평균 총수익률은 15.3%(주가 9.9%, 배당 5.4%)로 스트레이츠타임즈의 총수익률 4.2%를 웃돌았다.

세계 1위 물류리츠인 프로로지스의 해미드 모가담 CEO(최고 경영자)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전자 상거래 증가와 물류 환경 재구축은 앞으로 수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로직스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액이 10억달러가 늘어날 때마다 120만평방피트(약 11만1480제곱미터)의 창고 공간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액이 2024년까지 1조달러 이상으로 증가한다면 20205년까지 약 10억제곱피트(9290만3040제곱미터)가 더 필요하게 된다.

다만 주가가 뛰면서 배당수익률은 2~3%로 낮아진 상황이다. 코스피지수의 평균 시가배당률이 2%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배당 매력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물류리츠 주가가 상승했지만 기술주만큼의 프리미엄을 받지는 않았다"며 "최근 미국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으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기술주 수준의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장기간 상승한다면 대출 이자 상승이 우려되겠지만 경기 회복이 동반된다면 실물 경기와 밀접한 리츠들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물류센터 잡아라" 전세계가 물류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물류 리츠가 이제 상장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일본과 싱가포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2000년대 들어서야 리츠 시장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속하게 리츠 시장이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스폰서드 제도 도입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폰서드 제도란 민간은행이나 정부가 보유 자산을 이양하거나 리츠의 자금 조달과 자산 운용, 시설 관리 등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물류리츠는 대규모 물류창고에 투자하다보니 필요한 자금 규모가 큰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ESR켄달스퀘어리츠를 포함해 이제서야 자산규모 1조원대의 리츠들이 등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대형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그룹, 미쓰비시UFJ그룹 등이 리츠의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자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호텔, 유통업체 등도 스폰서로 참여한다.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에는 일본은행이 증시 부양을 위해 직접 상장 리츠를 매입했고, 2014년부터는 일본공적연금(GPIF)까지 리츠에 투자하는 등 활발한 시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 연계 기관이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토 면적이 작고, 싱가포르 토지의 대부분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싱가포르 리츠들은 해외 자산을 주로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기관들이 앵커역할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관투자자들은 사모 형태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앵커 리츠들은 임대주택 등 정책 목적으로 형성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떨어진다"며 "다양한 앵커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시장에 유동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커피값으로 건물주"…어디 투자해볼까
"물류센터 잡아라" 전세계가 물류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부동산펀드는 어떻게 다를까.

리츠와 부동산펀드는 모두 기관, 개인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형태의 금융상품이라는 건 같다.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매각 차익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세분화해서 보면 차이점이 있다. 먼저 리츠와 부동산펀드는 투자 대상이 다르다. 리츠는 부동산 투자 회사에 투자하는 형태이고, 부동산펀드는 실물 자산에 직접 투자한다.

리츠를 운영하는 회사는 총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고, 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배당해줘야 한다. 리츠는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어 주가가 오르면 관련 수익과 배당까지 받을 수 있다. 즉 리츠 투자는 부동산투자회사 지분을 매입해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펀드는 펀드자산의 50%를 초과해 부동산 관련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가 하나의 조합을 이뤄 오피스나 빌딩을 직접 매입하는 형태다.

다음으로 두 상품의 큰 차이점은 유동성(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하는 정도)이다. 부동산펀드는 아마존 펀드와 같이 3~5년 만기 폐쇄형 상품으로 출시된다. 따라서 청산시점까지 환매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 환매수수료가 10%대 달하는 경우도 있다. 돈이 묶인다는 것.

반면 리츠는 주식 시장에 상장돼 사고 파는 게 자유로워, 일반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시점에 매매가 가능하고 환매수수료가 없다.

리스크 관리면에 있어서도 다르다. 부동산펀드는 하나의 부동산실물에 투자하는 것인데 반해 리츠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리츠가 여러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더 낫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해외와 국내를 대표하는 e커머스 물류센터 리츠와 부동산펀드 예를 들어 비교해볼 수 있다.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16호'와 국내 유일 물류 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있다.

아마존 부동산펀드는 아마존이 임대면적 전체를 사용하는 미국 인디애나,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물류센터 세곳이 투자 대상이다. 만기는 설정일로부터 5년 6개월, 중도 환매가 불가한 폐쇄형 구조다. 임대 수익을 통한 배당금은 매년 4월말과 10월말을 기준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국내 부천, 고양, 용인, 이천, 평택, 안성, 김해 등 물류센터 11곳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주요 임차인은 쿠팡을 비롯해 필라, GS리테일, CJ, 동원 등 다양하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주식시장에 상장됐고, 1년에 2회 배당금을 지급한다.

최근 흐름을 봐도 리츠 성장세가 부동산펀드보다 가파르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국내 리츠 운용자산 규모(65조 3289억원)는 전년동월대비 26.06% 증가했다. 부동산펀드(지분총액 약 114조 4000억원) 증가율 11.15% 보다 2배 이상 높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라임, 옵티머스 사고가 터지면서 펀드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다 보니 부동산펀드 증가율도 확실히 예전에 비해 둔화된 측면이 있다"며 "또 배당에 대한 기대와 세제 혜택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성격의 리츠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임대 건설 촉진을 위해 리츠와 부동산 펀드를 활용하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기준과 재산세 감면 기준을 각각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완화해준다. 또 여기에 공모형 리츠 투자자에 대해선 5000만원까지 배당 소득에 분리 과세를 적용했다.

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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