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 사외이사 연임 막나…또 다른 자문사 의견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1.03.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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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ISS·대신경제연구소로… 작년까지 자문사였던 KCGS는 탈락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0년 3월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0년 3월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사외이사 3명의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고객사들에게 권고한 가운데 국민연금에 ISS와 함께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경제연구소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의 찬성·반대 의결을 내리기 전 외부 기관의 자문을 받는다.



국내 기관 중에서는 대신경제연구소가, 해외 기관 중에서는 ISS가 국민연금에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기관이었지만 올해에는 여기서 탈락했다.

1984년 설립된 대신경제연구소는 산하에 지배구조연구소, 금융공학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곳의 지배구조연구소는 정기·임시 주총 의안분석은 물론이고 국내 주요 20대 그룹의 지배구조 리포트, 상장사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보고서 등을 발간하는 기관이다. 조윤남 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019년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보유지분이 10.7%로 단일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8.51%) 삼성물산(5.01%)보다 많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식 평가액 증가에 따른 전체 국내주식 보유자산 증가 등 이유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줄이기는 했으나 이번 3월 주총 시즌의 의결권 지분은 지난해 말 시점이 기준이 된다.
대신경제연구소 홈페이지 캡쳐대신경제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오는 17일 예정된 삼성전자 주총에는 2020년 사업연도 결산 재무제표 승인 및 배당지급안 등을 비롯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감사위원 1명 포함) 등 안건이 상정된다.

이 중 ISS가 문제를 제기한 건은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재선임 안건과 김선욱 사외이사(이화여대 전 총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다.


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돼 활동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국민연금이 이들 의결권 자문 서비스 업체들의 권고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참조사항에 불과하다는 게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은 의결권 행사주체를 기금운용본부로 명시하되 의결권 행사과정에서 의결권 자문 서비스 업체나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의 외부 자문을 받을 수 있다고만 규정했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아픈 역사가 있다.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총에서 ISS,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다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종전에도 기금운용본부가 찬반 판단이 어려울 때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자문을 제공하곤 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연금은 기존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수책위(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국민연금, 삼성 사외이사 연임 막나…또 다른 자문사 의견은?
수탁자책임 전문위가 기금운용본부에서 요청한 사안을 심사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적으로 판단해 특정기업에 대한 의결권 심사를 요구,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도 이 사건 이후다.

대신경제연구소가 만약 ISS와 마찬가지 이유로 이들 선임안에 대한 반대의결을 권고한다면 단일 주주 기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대신경제연구소가 찬성의결을 권고했다면 국민연금은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실제 ISS에 이어 의결권 자문 서비스 시장에서 세계 2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글래스루이스는 문제된 사외이사 후보 3명에 대해 찬성의결을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기구들의 결론도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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