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따상상' 갈까…증거금 63조에도 '0주 개미'는 속탄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김태현 기자, 강민수 기자 2021.03.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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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선 20만원 SK바이오 '따상'·'따상상' 갈까?

SK바사 의무확약률 59.9%, SK바팜(81%)보다 낮아, 청약 자금의 유통시장 유입여부가 관건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청약 현장 / 사진제공=NH투자증권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청약 현장 / 사진제공=NH투자증권


63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IPO(기업공개) 시장의 신기록을 세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10일 양일간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청약에서 몰린 증거금은 63조6198억원으로 지난해 10월 카카오게임즈의 역대 최대규모 증거금 기록(58조5543억원)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 청약 당시의 증거금(30조9899억원)의 2배를 넘어선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 하단 기준으로도 공모금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IPO 종목임에도 이달 4~5일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275.47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1464곳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 전부가 공모가 밴드(4만9000원~6만5000원)의 상단 이상을 써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몰린 관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18일 상장 이후 주가흐름이 양호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올해 들어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1,2월 상장 자체가 크게 늘었다.

대개 1,2월을 포함한 1분기는 3월 결산시즌과 맞물려 상장이 드물었지만 지난해 이후 증시 유동성 급증으로 IPO 대기종목들이 대거 증시입성을 서두른 결과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2개월여 기간 동안 증시에 입성한 종목의 수(스팩 포함)는 24개사로 2020년 14개사(1~3월 총계, 이하 동일) 2019년 16개사, 2018년 17개사, 2017년 16개사, 2016년 11개사를 크게 웃돈다.


실제 올해 들어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 오로스테크놀로지 등이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당일 상한가 마감)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스팩 5개사를 제외한 18개 신규상장사 중 상장 첫 날 공모가를 밑돈 종목은 씨앤투스성진 1개사에 불과하다. 상장 이후 최근까지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은 4개사에 그친다. 그만큼 증시에 유입된 돈이 많아진 데다 신규상장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상장주식 거래정보 등을 제공하는 38커뮤니케이션 등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비상장 시세는 이달 초 20만1000원을 기록했다가 최근 17만8500원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공모가(6만5000원)에 비해 174% 높은 수준이다.

비상장주 시장에서의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가치는 현재 10조9000억원선,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4조9725억원)의 2배를 웃돈다. 그만큼 상승기대감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수요예측 및 일반 청약 경쟁률, 그리고 올해 신규상장주 주가추이 등으로만 봤을 때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기 수요가 풍부해 보이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일 수도 있다. 청약 증거금이 투자자 계좌에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까지 남아있다가 그대로 다시 매수수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10월 상장한 빅히트의 1개월 가량 주가 흐름2020년 10월 상장한 빅히트의 1개월 가량 주가 흐름
한국거래소 집계 사상 역대 6번째 대규모 종목이면서도 이만큼의 경쟁률을 올린 것은 분명 향후 주가흐름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상당 기간의 주가상승을 보증하지는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따상상' 기록을 세웠던 카카오게임즈가 이후 상당 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사실이나 일약 엔터업종의 대장주로 떠오른 빅히트가 아직까지 상장 초기 당시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모습이 대표적이다.

상장 초기 시장출회 물량이 얼마나 될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물량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59.92%로 SK바이오팜(81.15%)보다는 낮지만 카카오게임즈(55.7%) 빅히트(43.85%)에 비해서는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전체 의무보유 확약물량 중 77% 가량이 3개월 내 시장에 출회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지난해와 같은 '따상' '따상상상' 종목이 난무하는 상황은 아닌 듯하고 상장 종목 중에서도 옥석을 가리자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듯하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이후 주가도 섣불리 관측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 증거금 62조 오늘 반환, 어디로 갈까

10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위해 상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10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위해 상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사용됐던 증거금이 고객들의 증권계좌로 반환됐다.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63조6198억원)을 기록한 만큼 반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증거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1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사용됐던 증거금이 증권계좌로 청약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과 함께 반환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공모 청약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할 때 약 62조원 가량이 증권계좌로 반환됐다.

환불 받은 증거금은 투자자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다. 해당 증권계좌를 통해 직접 주식을 사거나 그대로 다른 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다. 60조원이 넘는 자금이 증시로 투입된다면 최근 주춤한 개인 매수세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증거금이 직접투자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주와 일반 주식 투자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는 기본적으로 단기 수익을 목적,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는 다르다"며 "실제 증거금이 남아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IPO 대어 청약 이후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은 급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 일반공모 청약 이후 63조원대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일주일만에 56조원대로 급감했다. 같은 해 10월 빅히트 청약 이후에도 55조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3거래일만에 52조원으로 줄었다.

증거금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마케팅도 사라졌다. 지난해 빅히트 청약 당시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달랐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주관사들은 청약 이후 증거금을 잡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건 마케팅을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빅히트 청약에 참여했던 투자자가 증거금을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등 투자상품에 재예치할 경우 최대 10만원을 지급하는 파격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거금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며 "직접투자를 하는 고객들은 결국 자신의 본 계좌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균등배정 방식으로 공모주 투자만을 위한 '깡통계좌'가 늘어난 것도 증거금을 붙잡기 힘든 이유다. 올해부터는 최소 청약 수량(10주)을 만족하는 투자자들은 균등배정 대상을 분류된다. 최대한 많은 계좌로 최소 청약을 하는게 유리해졌다.

비례배정 방식 때와 달리 증거금 이체 부담도 없다보니 남아있을 유인도 없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최소 청약 증거금인 32만5000원만 넣어도 최소 1주는 배정받을 수 있다. 비례배정이라면 최소 4000만원은 넣어야 1주를 받을 수 있다.

한 PB(프라이빗뱅커) 관계자는 "계좌 부풀리기는 공모주 투자에 있어 일상적인 투자 전략이긴 했지만,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된 이후 더욱 늘었다"며 "가족 명의를 활용해 계좌를 12개까지 늘려 분산 청약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증권사의 신규 계좌건수는 연초 이후 약 140만건 급증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청약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SK바사 임직원 '따상'하면 7.9억 돈방석…퇴사 러시 재연?

10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위해 상담 대기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10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위해 상담 대기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올해 첫 IPO(기업공개) 대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이 성황리에 마무리된 가운데, 임직원들도 스톡옵션과 우리사주를 통해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12월 안재용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4명에게 스톡옵션 54만6270주를 부여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정해진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들 스톡옵션의 주당 행사가격은 9154원으로, 공모가(6만5000원)의 14%에 불과하다. 행사기간은 오는 12월 12일부터 오는 2028년 12월 11일까지다.

공모가 기준 이들의 총평가차익은 305억원에 이른다. 안 대표와 김훈 CTO(최고기술책임자)를 포함한 3명의 임원은 각각 10만9260주를 받아 인당 61억원의 평가익이 예상된다. 21만8490주를 받은 모 임원의 평가익은 122억원에 달한다.

만약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직행)'을 기록하면 총 평가익은 873억원으로 불어난다.

따상 주가 (16만9000원) 기준 안 대표와 김 CTO 등 3명의 임원은 인당 약 175억원, 21만8490주를 받은 모 임원은 349억원의 평가익이 기대된다.

8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청약을 위한 투자 상담 등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제공=.8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청약을 위한 투자 상담 등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제공=.
우리사주를 통한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우리사주배정 물량은 전체 공모주식(2295만주)의 20%인 459만주다. 이 가운데 실권주(9만9600주)를 제외하면 449만400주가 된다.

지난해 공모를 진행한 빅히트(142만6000주), SK바이오팜(224만6931주), 카카오게임즈(152만2088주) 등과 비교할 때 물량이 압도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임직원 수는 827명이나,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하면 591명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임직원 인당 평균 배정물량은 약 7598주다.

배정물량을 단순히 임직원 수로 나눈 것일뿐, 실제 배정은 근속년수 및 직급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물량과 다를 수 있다.

만약 '따상'을 달성한다면 1인당 평가익은 약 7억9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장외시장 거래가격인 20만원까지 오른다면 10억2573만원에 달하는 평가익이 예상된다.

다만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간 보호예수돼 매매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퇴사하면 한 달 후 입고되는 주식을 처분해 차익 실현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때 공모가(4만9000원) 대비 주가가 5배 이상 올랐던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후 퇴사자가 대거 발생했다. 퇴사한 SK바이오팜 임직원 상당수는 수십억원의 평가익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장중 최고가(26만9500원) 기준 우리사주를 받은 임직원의 인당 평가익을 계산하면 26억원에 달한다.

균등배정 해보니…'0주' 개미 속출, "현장 혼란" 쓴소리도

8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청약을 위한 투자 상담 등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제공=.8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청약을 위한 투자 상담 등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제공=.
올해 첫 IPO(기업공개) 대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이 성황리에 마무리된 가운데 새로 도입된 균등배정 제도를 둘러싸고 여러 말이 나온다.

소액투자자를 위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긍정적이지만 예상보다 청약자가 더 몰리면서 균등배정에도 '0주'를 받게 된 투자자들까지 나온 탓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중복 청약 방지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못해 친인척까지 동원하는 투자자들까지 속출했다. 급한 제도 개편으로 일선 현장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증거금은 63조6198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를 가뿐히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첫 공모주 돌풍을 불러왔던 SK바이오팜(30조9899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일반 청약 최종 경쟁률은 335.36대 1로 집계됐다.

'1주 컷' 4100만원→32만5000원으로…큰손 투자자도 '낫배드'
9일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이 계좌개설 등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9일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이 계좌개설 등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제공
균등배정 제도 도입으로 올해 공모주 청약의 주요 변수는 '돈(증거금 규모)'이 아닌 '계좌(청약계좌 수)'가 됐다.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 가운데 50%는 청약자 전원에게 동일하게 나눠주는 균등배정 방식, 이를 제외한 수량은 청약증거금에 따라 나눠주는 비례배정 방식이다.

주관사 및 인수회사 6곳의 최소 청약 단위는 10주로 공모가(6만5000원) 기준 최소 청약금액은 65만원이다. 청약증거금은 청약금액의 50%인 만큼 실제 청약에 필요한 돈은 32만5000원이다. 32만5000원만으로 최소 1주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인기 공모주의 경우 통합 경쟁률 기준 빅히트는 약 4100만원, 카카오게임즈는 약 1830만원의 증거금을 넣어야 했던 점을 고려하면 문턱이 대폭 낮아진 셈이다.

이전 방식(비례배정 100%)대로면 SK바이오사이언스도 1주를 받기 위해 약 1090만원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모가(6만5000원)와 경쟁률(335.36대1)을 곱한 금액의 절반이다.

오히려 '큰손' 투자자일수록 괜찮은 배정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의 경우 1억원을 증거금으로 맡기면 최소 5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균등배정 몫으로 최소 1주, 비례배정 몫으로 최소 4주다.

빅히트의 경우 1억원을 넣어도 2주밖에 못 받던 점과 비교하면 오히려 배정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제도 변경으로 바뀐 경쟁률 추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는 "올해는 균등배정에 물량 50%가 배정된 만큼 개인별 비례배정 물량을 추산하려면 증권사 발표 경쟁률보다 두 배 높여 계산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경쟁률이 300대 1이어도, 비례배정 경쟁률은 600대 1로 계산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몰린 청약자 수에 '0주' 투자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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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균등배정에도 1주도 못 받는 투자자도 생겼다.

대표적으로 최대 경쟁률(443.23대 1)을 기록한 삼성증권의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건수는 39만5290건이다.

삼성증권의 일반 청약 균등배정 물량(14만5928주)의 3배에 가깝다. 삼성증권을 통해 청약한 투자자는 균등배정 물량에서는 약 3분의 1 확률로 1주를 받게 된다.

하나금융투자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투자의 청약건수는 20만9594건으로, 균등배정물량(14만5928주)를 초과했다.

이들 증권사는 균등배정 물량인 일반청약 배정 물량의 50%를 모든 청약자에게 무작위 추첨 배정한 후 남은 50% 수량을 비례배정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균등배정 제도 도입 의미가 크게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추첨으로 인해 1주도 못 받는다면 사실상 이전과 똑같은 것 아니냐"며 "오히려 지점이나 IPO 업무 직원들의 일거리만 늘어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도 오픈카톡방 및 주식토론방 등에서 "차라리 청약 취소하고 다른 주식 사는 게 더 의미있겠다", "1주라도 받으면 감사해야 할 판" 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중복 청약 위해 친인척까지 동원…방지 시스템 5월에야 마련될 듯
SK바사 '따상상' 갈까…증거금 63조에도 '0주 개미'는 속탄다
중복 청약 금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입법 취지와 다르게 증권사별로 계좌를 트는 투자자들도 속출했다. 일부 투자자는 친인척까지 동원했다는 후문이다.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3곳의 1~2월 신규 계좌 개설건수는 138만2739건으로 파악됐다. 2020년 한 해 주식거래 활동계좌 증가건수(612만개)의 22.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 증권사 PB는 "청약이 증거금이 아니라 계좌 수 싸움이 되면서 사돈의 팔촌 등 친인척까지 동원하는 투자자도 생겼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IPO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방안'을 통해 "복수 주관사가 존재하는 기업공개 시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청약하는 행위를 제한하겠다"며 "청약증거금 예치업무를 수행 중인 증권금융을 통해 별도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복 청약 금지 시스템은 빨라야 오는 5월에야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여러 증권회사에 계좌를 만들어 복수로 청약하는 중복청약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규제심사와 법제심사를 거쳐 오는 5월 20일부터 시행되도록 할 예정이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중복청약 시스템 관련해서는 증권사들과 협의해왔고 개발을 본격적으로 할 시점"이라며 "시행령 개정 실시일에 맞춰 시스템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급한 제도 개편이 현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IPO 자체가 획일적이지 않은데 (균등배정) 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문제점이 나오는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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